탄 유무처지(歎 有無處地) 우리나라 처지를 탄식한다.
유군무사처(有君無事處) 임금은 있어도 섬길 곳이 없게 되고
유충무효지(有忠無效地) 충성은 있어도 효과를 낼 땅이 없어진다
유민무휼처(有民無恤處) 백성은 있어도 돌봐줄 곳이 없고
유국무보지(有國無保地) 나라는 있어도 보존할 땅은 없어진다
유신무귀처(有身無歸處) 몸은 있어도 돌아갈 곳이 없으며
유사무장지(有死無葬地) 죽음이 있어도 장사할 땅이 없다
유문무기처(有文無記處) 글은 있어도 기록할 곳이 없으며
유무무휘지(有武無輝地) 무력이 있어도 발휘할 땅이 없다
유언무소처(有言無訴處) 할 말은 있어도 호소할 곳이 없으며
유사무의지(有事無議地) 할 일이 있어도 의논할 땅이 없다
유유무교처(有幼無敎處) 어린이가 있어도 교육시킬 곳이 없으며
유장무경지(有長無敬地) 늙은이가 있어도 봉양할 땅이 없다
유우무교처(有友無交處) 친구가 있어도 교류할 곳이 없으며
유서무독지(有書無讀地) 서책이 있어도 강론할 땅이 없다
유의무수처(有義無守處) 절개는 있어도 지킬 곳이 없으며
유법무정지(有法無正地) 법률은 있어도 시행할 땅이 없다
유구무개처(有口無開處) 입은 있어도 발언할 곳이 없으며
유심무전지(有心無展地) 마음이 있어도 발전시킬 땅이 없다
유수무조처(有手無措處) 손이 있어도 놀릴 곳이 없으며
유족무거지(有足無去地) 발이 있어도 갈 곳이 없다
유의무석처(有疑無釋處) 의혹되는 일이 있어도 해석을 받을 곳이 없으며
유루무세지(有淚無洒地) 눈물이 있어도 통곡할 땅이 없다
유전무용처(有錢無用處) 돈이 있어도 유효하게 쓸 곳이 없으며
유곡무종지(有穀無種地) 곡식 종자가 있어도 파종시킬 땅이 없다
유수무보처(有讐無報處) 원수가 있어도 갚을 곳이 없으며
유원무신지(有寃無伸地) 원한이 있어도 신원(伸寃)할 땅이 없다
유유무무처(有有無無處) 있는 것은 있어도 없는 것은 없는 곳이요
무무유유지(無無有有地) 없는 것은 없어도 있는 것은 있는 땅이다
유인무인처(有人無人處) 사람이 있어도 사람이 없는 곳이며
유국무국지(有國無國地) 나라가 있어도 나라가 없는 땅이다
<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99p > 동엄 정환직 선생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