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어느 신문에서 봤다. 제목이 “이젠 야근해도 걱정 없네요”...맞벌이 부부들 ‘환호’다. 하룻만에 2,200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 문제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 해석된다.  기사는 문을 연지 석달 됐다는 경기도 성남시의  HD현대 글로벌 R&D센터의 직장어린이집 이야기다.  이 어린이집은 오후 5시가 넘어도 아이들이 하원해 텅빈 일반 어린이집과 다르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야근하는 현대 직원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한 명이라도 남으면 당직 교사가 밤 10시까지 돌본다”고 했다. 이 어린이집이 생겨서 부부의 부담이 줄었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는게 기사의 요지다. 여러 내용의 댓글이 달렸는데 반응은 대부분은 비판적이다.  “그 당직 선생님도 누군가의 엄마일텐데 근로시간 줄이는게 맞지 않냐”부터 “돈 벌어야 하니 잘된거 같기는 한데 아이가 그렇게 오랜시간 부모와 떨어져 어린이집에서 기다린다는게 더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세 인생중 부모와 가장 큰 유대감을 쌓고 사랑을 받는 시간이 그 시기인데 그마저 어린이집에서 보내야 한다니 기업이 큰맘 먹고 잘 한 일이긴하지만 사회적 환경과 제도가 바뀌어서 부모가 직접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국가가 주도해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다른 부모는 “애들을 10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은 아동학대에 다름 아니다”면서 “어린이집 운영할 돈으로 부모들 일찍 퇴근시켜 함께 가정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도 했다. 한 엄마는 “누가 아이들을  밤으로 내몰았나”고 절규하는 말도 있다. 사실 맞벌이를 하면 애들한테는 죄짓는 마음이 드는게 부모다. 시설에서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한들 부모와 같이 있는 것에 비할까. 야근없는 환경으로 바꾸는게 맞지 않을까. 내가 아는 사람중 맞벌이 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다. 애가 초등학생인데 어느날 엄마한테 “집에서 조용하게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릴테니 센터에 안가면 안되느냐”고 묻더라는 것. 맞벌이라 어릴때부터 좋다는 어린이집 다 찾아보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좋다는 사설 방과후센터를 찾아 보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말을 하더란다. 그래서 이유를 이리저리 물어보니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고,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간식도 맛있는데 나도 오후엔 시간표나 활동이나 친구들 신경 안쓰고 엄마 올 때까지 집에서 한번 편하게 있고 싶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엄마가 그날 휴가를 내고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는 말에 내 가슴이 더 먹먹하고 아렸다. 이 아이보다 더 어려서 그런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애들의 마음속도 이 아이와 다르지 않을것이라 본다. 반강제로 어린이집으로 내몰리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밤 10시까지 어린이집에서 머무르라니 어른들이 심하다. 아무리 잘봐준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애들을 늦게까지 봐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애들을 집에 일찍 돌려보내 쉴 수 있게 부모를 일찍 퇴근시킬까를 고민하는 사회가 오히려 맞지 않을까.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일류 기업이니 가능한 일이지 지역의 중소기업이라면 가당키나 하겠나. 예를 들어 지역의 일류 직장인 영천시청이 이 기업과 같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아이를 둔 공무원들이 밤 10시까지 일하려 할까. 한국은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젊은이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며, 출산과 육아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본주의 사회라고 돈의 이해관계만 따질 일도 아니요, 야근을 포함한 근로시간 연장은 결코 솔루션이 아니다. 좋은 어린이집은 당연 필요하고 확대돼야 하지만, 아이가 기다리는데 야근을 해도 걱정 없다고 좋아할 일인가. 저출산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분석해야 한다. 하긴 결혼도 못하는데 아이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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