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부처님의 말씀처럼 제행무상을 깨달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시작과 끝이 반복되면서도 그것이 없는 시간 안에서 부처처럼 살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생이 삶에서 그치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생이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원효대사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체무애인(一切無碍人) 일도출생사(一道出生死)’라는 말씀을 통해 제시하였습니다. “일체 걸림이 없는 사람이 되려면 한 길(道)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도(道) 즉 한 길 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어떤 노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평생을 짚신만 삼았던 할아버지와 평생 나막신만 깎으며 살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돌아다니다가 정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부모님이 가난 속에서 조금씩 모아 놓은 재산을 다 탕진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조부와 선친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며 나무라셨답니다. 그러나 그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신발 만드는 일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어서 다시 집을 뛰쳐나가 돌아다니면서 장사도 하고, 경마에 투기도 하면서 살다가 결국은 가정이 파탄이 나고 이제는 몸도 이미 늙어버려 무엇을 해야 할 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인생을 허무하게 산 것이 억울해서 부처님께 왔다고 했습니다. 과연 자신은 조부와 선친처럼 신발을 만들면서 살았어야 했는가? 라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푸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길’로 살라는 것이 과연 송충이는 솔잎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한 길’은 어떤 일정한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삶, 육신과 정신이 함께 몰두할 수 있는 삶입니다. 그런데 그 목표라는 것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몰두해서 열심히 살았다고 하더라도 가치 있는 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일정한 목표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바쁘기만 하고 성취되는 것이 없으며, 도달해야할 목표,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바른 방향이 아니면 훗날 허무와 후회만이 남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원효 대사는 한길’이란 인생의 가장 가치 있고 올바른 삶의 자세라 하셨습니다. 짚신을 삼던 할아버지나 나막신을 만들던 아버지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할 것을 당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당부 속에는 아지랑이 같은 꿈만을 꾸기보다는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무조건 부모가 하는 일은 비전이 없고,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일도, 명예가 생기는 일도 아니므로 대를 이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수십억대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처음부터 사장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한 길’이 아닙니다. 젊어서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게 능력을 키워나가되 자기가 살아가며 추구할 이상, 즉 올바른 인생관을 세우고 올바른 사회관, 국가관을 갖고 인생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인류를 유익하게 하고 살찌게 하는 ‘한 길’ 입니다. 부모의 사업을 이어서 하든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든 어떠한 이상, 어떠한 인생관, 어떠한 우주관을 갖고 하는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우물을 파려면 한 우물을 파라. 그래야 물이 나온다’ 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한 길’ 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할 것은 조금 파다가 물이 안 나온다고 여기저기 파지 말라는 것이지, 처음부터 물 맥도 아닌 곳을 한없이 파라는 것이 아닙니다. 즉 처음부터 물 맥을 잘 짚어서 우물을 파야 하는 것처럼 이제 좋은 인생을 위해 출발에 선 상황에서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올바른 가치관을 잘 세워 정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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