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민선8기 시정과 제9대 의회 사이의 1년 관계가 최악이다. 시작부터 으르렁 댔지만 지금은 상황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의회의 갑질논란에 그 상대 배후에 집행기관의 수장이 있다는 프레임이 짜여지면서 보이지 않는 긴장이 최고조로 팽팽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민생을 생각하고 대화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미국과 중국이 어떤 나라들인가.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다면 전쟁조차도 피하지 않을 나라들이다. 하지만 전쟁이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최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한 만남을 가졌고, 조만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며 최악의 갈등과 긴장 속에서도 서로 상황을 관리해가며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뭘까. 이것은 흔히 말하는 ‘정면충돌’ 해봐야 서로가 덕될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영천시와 영천시의회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반성하고 배울점이 많다고 본다. 사실 사람사이의 관계란게 그렇다. 만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가진 이견과 긴장, 갈등이 한번 만난다고 해서 모두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서로간의 입장과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화채널을 유지해 적어도 이 땅위에 같이 발딛고 사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으로 만드는게 정치인의 몫이다. 자존심을 넘어 독선과 아집이 단단한 두 기관의 관계를 바라보며 삶에 짓눌린 시민들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서로 새출발 한지 1년이 지났다. 이제 한발씩 물러서는 양보와 상호 존중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양쪽이 같은 처지지만 숱한 리스크를 안고도 양보는 없고 외면만 한다. 서로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과 동행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시민은 아랑곳없고 대립만 이어간다. 그 모습 꼴불견이요, 볼썽사납다. 제발 내 잇속 챙기려 들지말고 양보의 미덕을 눈곱만큼이라도 보이란다. 공허한 말로 하는 시민을 행복하게나 시민과의 동행은 필요없으니 실질적인 민생대책 내놓으라고 신신당부한다.
현실을 바로 본다면 우리가 어디 서 있으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나침반을 다시 놔봐야 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더라고 애먼 시민들만 불안하다. 치솟는 물가에 찌푸려진 시민들 표정 앞에서 오만을 떨면 안된다. 위정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시민의 삶에 해끼치는 일을 해서도 안된다. 오죽하면 ‘이럴거면 지방자치 왜하느냐’는 탄식이 나오겠나.
미국과 중국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는 ‘디리스킹’이다. 갈등을 넘어 마음트고 대화부터 한번 해보자. 우리는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다. 정말 시민의 삶을 위한다면 소모적인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동행하겠다는 그 약속 지키려거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달에 한 번이든 정례적으로 만나라. 마주앉아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시민들 잘 먹고 잘 살게 할지 맘속 깊은 대화 좀 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