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그리고 어떠한 이상을 세웠으면 그 길을 향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불위시소구(不) 불위경소견(不)’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이상의 목표를 세웠으면 그 한 길로 꾸준히 가서 어떠한 기류나 세풍에 흔들리지 말고, 또 환경이나 여건에 좌절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뜻입니다.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므로 내가 주인공입니다. 인생에 주인공이 따로 있어서 조연이나 엑스트라처럼 살아가는 것은 내 인생이 아닙니다.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 당당한 주인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엑스트라처럼 자신의 인생을 빙글빙글 돌다가 말 것인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많은 입시생들이 ‘무조건 일류대학에 붙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 왜 일류대학에 가야 하는가, 그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전국백수연합회’ 라는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일류대학, 혹은 대학을 나왔으나 자신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취직을 하지 않고 백수로 남아있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간을 활용하며 살아간다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사는 세상이므로, 개성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대학을 간 것이고, 공부한 것인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귀중한 인력들이 어설픈 조건만을 내세워 백수클럽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듭니다.
어떤 사람이 가정을 일구고 돈을 벌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했다고 합시다. 그것이 과연 진정으로 가정을 위하고 돈을 버는 방법일까요? 무엇을 하느냐 하는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일을 하느냐 하는 문제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대학에 가고 보자는 마음,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배지를 달고, 돈을 벌어보자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부한 일꾼들이 사회를 유익하게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뽑힌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유익하게 하지도 않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이 돈을 잘 쓰지도 못합니다.
목표를 세우되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며, 어디서 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왜 일을 하는가를 생각하고 일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생이라면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인이라면 열심히 일하며, 주부라면 열심히 살림해서 자신이 인생을 차곡차곡 알차게 꾸려나가야 합니다.
우리 가정에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있거든 먼저 ‘부처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그것이 가장 쉽습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지금 고민하고 있거든 그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나 가르침에 얼마만큼 가까운 것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도 아니니 저것이나 해보자’, ‘아니 이것도 아니네, 그것이나 해볼까’ 하는 식으로 목표를 세우지 말고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하여 어떤 것을 한다.’ 는 마음, ‘부처님의 일이므로 무엇을 하겠다’는 마음,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부처님 일이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세우십시오. 그것이 소중한 시간을 금쪽 같이 쪼개면서 알자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자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길입니다.
열가지 악과선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증권회사 광고던가요?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함부로 발자국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나중에 그 발자국을 보고 사람들이 따라가다 보면 발자국이 그대로 길이 되므로 처음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 잘 남겨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발자국을 남기며 눈 위를 걸어가는 사람을 통해 처음에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