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한국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지 30주년이란다. 스마트폰까지 개발돼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물리적 위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리적 위치야 여전히 중요하지만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주변 모습이 달라지고 거기 살고있는 사람들의 내면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 우리나라 울산시가 그렇듯 중국의 선전은 원래 작은 어촌마을이었는데, 여기서 애플 아이폰이 조립되고 있다. 이곳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경제특구가 된 후 30년 만에 인구 1500만의 거대 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렇지만 여기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최종 생산 단계다. 아이폰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플 기술자들이 한다. 가장 혁신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 버클리대학 교수로 여러 개의 국제적인 상을 받은 유명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의 책 <직업의 지리학>은 어디 사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사실일까.  책속을 들여다 보면 저자가 보기에 지구촌은 결코 평평하지가 않다. 미국의 경제지도만 해도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숙련된 노동력과 강력한 혁신 부문을 갖춘 도시, 끝없는 쇠락의 길을 걷는 과거 제조업 도시, 어떤 방향을 택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도시로 구분된다고 했다. 미국의 ‘혁신’ 도시인 실리콘밸리는 원래 철도왕이자 상원의원을 지낸 릴런드 스탠포드의 말 농장이었지만, 농장에 스탠포드 대학이 설립되고 인근 버클리 대학과 함께 연구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페이스북, 구글, 애플, 넷플릭스, 유튜브, 테슬라 등 셀 수 없는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실리콘 밸리는 집값이 비싸고 교통체증이 심각하지만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은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두터운 노동시장이다. 이곳은 전문적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인재들로 넘쳐난다. 기업도 많고 인재도 넘쳐나기에 고용도 쉽고, 해고되더라도 잠재적으로 고용할 일자리가 널려 있다. 또한 사업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고 특히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고, 또 경쟁자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이나 인재들이 끝없이 모여든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가 왜 서울공화국이고, 수도권의 나라인지 이해가 될듯하고, 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혁신도시가 쉬 뿌리 내리지 못하는지 알만하다. 오염시설이나 혐오시설은 온전히 지방에 두고 수도권에는 국가기관과 대기업, 명문 대학교, 대형 병원들만 즐비하다. 미래의 좋은 일자리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술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처럼, 어느 곳에 살며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인재의 집중은 더 많은 인재를 끌어모으고, 더 많은 협력을 낳고, 사람들의 기량을 더 끌어올리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어떤 의미로는 특정 산업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흔히 ‘어디에 살아요’라고 물어본다. 그것은 단순히 상대방의 거주지를 묻는 것이 아닌 그의 소득, 교육수준, 직업, 이웃, 가능성을 묻는 질문일 수도 있다. “영천에 살아요”라는 대답이 “대구에 살아요”, “서울에 살아요”, “뉴욕에 살아요” 라는 대답보다 근사하게 들리게 하려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어떤 산업을 끌고와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전국 지도를 펼쳐 놓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을 ‘소멸지역’이라며 낙인은 찍어놓고 대책없는 중앙정부를 어떻게 믿겠나.  범위를 좁혀 지역을 봐도 그런 현상은 존재한다. 강남의 신축 00아파트 사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아파트나, 빌라, 원룸에 사는 사람보다 더 강하다. 이것도 하나의 이권 카르텔일까. 이런 사회현상에 우려도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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