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소혜왕후가 쓴 ‘내훈(內訓)’ 제1권 언행장을 보면“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정(情)이요, 입 밖에 나왔을 때는 말이니, 말은 사람의 온갖 영예와 치욕에 관계되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중추기관이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친숙하고 먼 것의 중요한 마디가 되는 것이나, 말은 능히 굳은 감정을 풀리게도 하고 서로 다른 마음을 합치기도 하며, 원한을 사게도 하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것이 커지면 나라를 뒤엎고 집안을 망치며, 사소한 말일지라도 부모형제와 처자들 이간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까닭에 현명한 여인들은 입을 조심하며, 부끄러운 일이나 비방 따위를 불러들이지 않도록 두려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예로부터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강조되어 왔던 바입니다.그만큼 언행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나는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았다’, 혹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해본 일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여 선한 일을 하며 사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죽여야만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원한 산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죄라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다음으로 의삼(意三)이란 정신적 의지에 의해 짓게 되는 세 가지 악업인데, 탐진치(貪瞋癡)를 말합니다.탐진치는 불자들이 잘 알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즉 탐은 마음에 드는 것을 한없이 갖고 싶어 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재물에 대한 욕심만이 아니라 색욕도 속합니다. 진은 분노하는 마음인데 단순히 화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적 모순으로 괴로움에 싸여 사는 삶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괴로움을 일으키는 증오심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마음이 곧 정신적 육체적으로 번뇌하고 악업을 쌓게 합니다. 치는 지혜가 없어서 어리석음을 일으키는 것, 혹은 진실의 도리를 모르기에 고뇌하는 것을 말합니다.이상과 같이 살생, 도둑질, 사슴, 망어, 기어, 악구, 양실, 탑, 진, 치가 바로 10악업입니다. 반대로 불상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이, 불기어, 불악구, 불양설, 무탐, 무진, 무치 하는 삶이 10선업을 행하는 것이라 할 수있습니다.혜등 왕이 왕위에 오르는 조건으로 백성들에게 제시한 것이 10선업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사음하지 말라, 타인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 겉과 속이 다른 교묘한 말을 쓰지 말라, 남을 욕하지 말라, 궤변을 늘어놓지 말라, 욕심을 버려라, 분노하지 말라, 진실의 도리를 배우고 어리석게 행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혜등 왕은 이 10선업을 강조하면서 10선업을 짓는 백성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석천이 변신하여 혜왕이 10악업을 지으라 했다고 했을 때도 이를 바르게 깨우쳐주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주저 없이 베어주었던 것입니다. 왕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백성들에게 10선업을 강조하였으니 얼마나 거룩한 일입니까. 이러한 거룩한 행위가 전생에 쌓여있었기에 부처님이 32상호와 천폭륜상을 갖추고 인류의 대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현대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폭력입니다. 청소년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잘못만이 아닙니다. 이미 성세대가 폭력적 행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를 난폭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질문하면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고 흉내를 낸 것이라고 하고,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고, 또 힘으로 얻는 것은 죄가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합니다.청소년 폭력의 더 큰 문제는 죄를 짓고도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는 가운데 더 잔인한 폭력이 행해지고 있습니다.그러므로 청소년들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폭력을 부정하고, 남이 어떻게 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행동들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지금 곳곳에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