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지역은 심하게 혼탁하고 어수선하다. 정치는 실종 상태고 시민들은 아주 넌더리가 난다. 정치라는 게 만남이 시작인데 만나지 않으니 이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기본 생각도 없다. 당연히 만남, 대화, 설득, 타협, 포용의 상생과 협치는 줄다 못해 아예 없다. 그 자리엔 서로를 향한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반지성의 진영 정치만 지속된다는 느낌이다. 극단의 대결이 난무하는 이면에 무엇이 뱀처럼 또아리 틀고 있는지 찾아야 한다.
날선 메시지라고 할텐데 누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책임 당사자들은 뜨끔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경계로 상대를 배척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큰 요인이다. 정도를 몰라서 그렇지 알면 경악할 수준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 자체가 무시당하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지금은 나만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렸다는 생각에서 모든 걸 시작하고 있다. 그러니 대화도 안되고 설득도 없다. 대결과 증오를 최대한 부추켜 자기 진영의 이익만 극대화하려 한다.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독선과 흑백 논리에 사로잡혔다.
지난 23일 우리나라 특별귀화 1호로 불리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공부모임의 초청 강연에서 했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배타적이고,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꼽으며 “비행기 안 뜬다고 데모하는 사람 한국인밖에 없고, 한국은 미워하는 사람을 제쳐버린다”는 말에서 우리가 반성할게 많다. 협치가 구현되려면 서로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기초가 돼야 한다..
지역의 최고 지도자인 사람들의 역할도 절실하다. 모든 일의 궁극적 책임은 지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마음으로 나왔으면 한다. 무엇보다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는 상대쪽 수뇌부와, 원로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들어야 한다. 그들을 시정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한쪽은 다수라는 강함을 내세워 합리적인 견제가 아닌 밀어붙이기를 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에 가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드는 모습이고,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지역 구도와 맞아떨어져 자꾸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걸까.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한다. 그것처럼 우리의 현재 상황의 연원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부검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단순히 자연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고리를 밝혀내는 사회적 부검을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갈갈이 찢어졌는지, 뭐하다 이런 나락에 빠져 헤매는지 낱낱이 살펴 진맥을 찾아야 한다. 그런 뒤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침통을 흔들어야 하겠다.
지금은 서로가 예민해져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만남이란건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어차피 이런 추세를 막을 수 없었다고 절망해서도 안된다. 지금 우리에게 드러난 문제점의 원인을 찾는다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 갈등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 안의 작은 욕심이 이렇게 크고 심각한 대립으로 찾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결자해지다. 지금부터 실타래를 하나씩 풀면된다. 우리가 하는 작은 일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다만 성실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 다시 한번 화해와 포용, 협치, 상생의 정치가 뿌리내리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실한 열매가 맺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의 미래가 거기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