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이란 말이 있다. 호기롭게 둘이서 경쟁을 하면서, 극단적인 피해를 무릅쓰며 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경쟁하는 게임을 이른다. 예를들면 두 사람의 운전자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빠르게 돌진하는데, 정면 충돌하기 직전에 무서워서 핸들을 꺾어 피하는 쪽이 지는, 즉 치킨이 되고 겁쟁이가 되는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는 서로가 모두 상대방에게 자신이 겁쟁이가 안 될 거라면서 큰 소리치며 장담한다. 게임도중 어느 한 쪽만 피한다면 피한 쪽은 겁쟁이라는 오명을 쓰게될 것이고, 안 피한 쪽은 용기있는 자(영웅)로 불릴 것이다. 둘이 모두 피한다면 둘 다 겁쟁이가 된다. 그러나 시쳇말로 간댕이가 부어 어느 한쪽도 조금의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서로는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만 마주하게 된다.
사실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판단력만 있다면 이런 게임은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삼척동자가 생각해 봐도 돌아오는 결과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온들 이득이라고 해봤자 상대를 꺾었다는 자부심이나 남을려나, 그에 대한 리스크는 최소한 중상내지 사망이다.
이른바 의장의 갑질논란으로 불거진 영천시공무원노조의 1인 시위와 영천시민임을 내세우며 맞붙은 또다른 1인 시위가 시청오거리를 중심으로 한달을 훌쩍 넘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쪽은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물러설 생각이 없고, 또다른 한쪽은 노조와 영천시장이 어깨동무(?)했다고 주장하며 시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서로가 물러서지 않으면 끝까지 맞불을 놓겠다는 각오만 다진다.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서로에게 안쓰럽다는 생각과 안타까움 뿐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됐던 1인 시위로 해결될 일이 아닌듯한데 애꿎은 이들만 힘겹고 불편하다. 모르긴 해도 서로가 먼저 지쳐서 그만두길 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승리를 위해 치킨게임을 하는 일은 어리석다. 그야말로 ‘같이 죽자’ 식의 비상식적 경쟁이요, 짱구들이나 하는 짓이다. 출혈경쟁을 치르고 난 끝에 서로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일까. 달랑 이겼다는 자부심 하나?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에게는 ‘상처뿐인 영광’, 다시말해 파국뿐이다. 그렇다면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해야할까.
어리석음은 오직 하나만 보는 우를 범하게 한다. 우리는 그 하나를 가지려고 하는 아둔한 욕심이나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요, 양보의 미덕을 보이는 합리적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라면 지금 당장 내려놓고 합리적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협상이란 치킨게임의 비협력성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비판적 시민들은 “그 시간에 양쪽이 다정히 ‘대구군부대 영천유치’이나 ‘인구늘리기’ 피켓이나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서로를 향한 증오, 혐오, 적대, 비협력의 반민주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어리석은 짓을 삼가는 것이 지혜로의 입문이다. 폭력같은 증오에 가담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