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지난호에 이어)
일본의 오부치 수상이 타인의 비판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온통 국민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을 통해 바로 권력을 제대로 잘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버드 의원도 자신의 권력을 옹졸한 행동에 사용하지 않고 정당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은 온 세상 모두가 자기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책임감을 철저히 인식하였던 정치인이지, 권력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정치인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깨달아야 할 점이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세상을 자신의 권력으로 지배하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두려움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잡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파사의 왕의 방문을 받으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벼슬과 녹을 얻게 되면 교만하고 방자해져 오욕을 즐기고 탐내며 중생들을 괴롭히나니, 그런 사람들은 긴 고통을 받고 크나큰 손실이 있을 것이며, 목숨이 다하면 지옥에 떨어지리라. 마치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그물에 걸린 고기들을 제멋대로 다루듯이 중생들을 괴롭히는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악마의 그물에 걸려 큰 시달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부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함부로 다루듯이 권력을 가진 지도층이 국민들을 제멋대로 다룬다면 그 정치인 역시 악마의 그물에 걸려 물고기가 큰 시달림을 받는 것처럼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권력을 가진 지도층이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우선 생각을 비워야 합니다. 이 말은 가장 흔한 말이지만 거듭 강조되어서라도 정치인들이 꼭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에 계실 때였습니다. 어느 날 빔비사라 왕이 많은 성안의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께 문안드렸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빔비사라 왕과 마가다국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리석은 범부들은 들은 것이 없어 나를 ‘나’라고만 보아 ‘나’에 집착한다. 그러나 필경에는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나니, 나를 비우고 내것이라는 생각을 비워야 하느니라. 법이란 생각을 일으키면 나와 법이 생기고, 법이란 생각이 사라지면 나와 법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모든 인연을 따르는 것이니라.”
인연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할 때마다 흔히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점점 ‘나’와 ‘내것’만 강조하지, ‘나’ 라는 존재의 인연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권력을 가진 자리에서 세상의 온갖 것을 욕심내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숫타니파타에
“끊기 어려운 집착을 끊고
타는 듯한 욕망을 이겨낸 사람은
생사의 흐름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는 슬퍼하지도 않고
턱없이 탐내지도 않는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권력의 자리에서 권력이 지니고 있는 마력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심으로 권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당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권력을 사용하는 지도자는 결코 악의 굴레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잡아함경’에
“진실로 자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쁜 짓을 멀리하라.
나쁜 짓을 멀리하고 선행을 쌓으면 그 마음 항상 편안하리라.
진실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국경을 잘 지키듯이
자기를 잘 지켜야 하느니라.”
라고 하였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