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옛말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까마귀가 배나무에 앉아서 놀다가 날아가자 마침 배가 하나 떨어졌는데 그 바람에 배나무 밑에서 고이 잠자던 구렁이가 배에 머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이런 예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겪게 되는 일입니다. 어느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면 주변에 못보던 수상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면서 남루하게 생긴 나그네를 범인으로 몰아 온갖 공갈 협박으로 다그치고는 정작 도둑이 엉뚱한데서 잡히면 “뭐 살다보면 의심하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는 사람이 있습니다.그러나 도둑의 누명을 받았던 사람은 그 일로 평생을 불쾌한 마음을 갖게 되고, 다른 일이 생겼을 때도 의심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도 있습니다. 단지 가난하고 남루한 차림으로 살아간다는 이유로 남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았다면 그 사람에게는 매우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실수할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가벼운 실수와 오해로 타인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실수와 오해를 흔히 하는 것은 상대를 외모로 평가하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얼굴이 썩 아름답거나 단정해 보이지 않고, 외모가 허름하고 말이 별로 없으며,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빙빙 도는 사람을 보면 흔히 표현하는 대로 말해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말도 다정하게 건네지 않고, 처음부터 업신여기는 마음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실수가 나오고 오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을 외형적인 면으로 평가하는 것은 반드시 삼가야 할 일입니다.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는데 부처님의 제자 중에 얼굴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추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비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있을 때, 그 비구가 오자 다른 비구들이 서로 업신여기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너희는 저 비구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품지 말라. 그는 이미 번뇌를 끊고 해탈하였느니라. 너희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 그리고 이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저 지혜로운 사람이 몸은 비록 작으나 그릇은 큰 사람이니 다만 겉모양을 보고서 업신여기는 마음을 내지 말라. 커다란 몸에 살은 많이 쪘으나 지혜 없으면 무엇에 쓰랴. 저 비구는 지혜가 있어 훌륭하나니 그는 바로 천상의 사나이라.”만약에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말들을 한다면 기분 좋을 사람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오해받고 남의 말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사람을 대하거나, 어떤 일이 생겨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일이 생기거든 반드시 자신이 그 상대를 직접 사귀어 보고 그 사람의 내면을 알도록 노력해 보아야 합니다. 정말로 의심해야 할 경우에라도 조심스럽게 문제를 풀어가도록 해야 하며, 작은 일이라도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옛날 어느 곳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재산이 없어 타인의 음식을 구걸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는 있었으나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의 집에는 나구라라는 벌레의 암놈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나구라 벌레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바라문은 자식이 없어 이 나구라 벌레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했습니다. 아마 그 당시로서는 나구라라는 벌레가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는 벌레였나 봅니다. 아무튼 그 나구라라는 벌레도 바라문을 친부모처럼 여겼고, 바라문은 우유와 떡, 고기 등을 얻어다가 그 나구라에게 먹이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얼마 뒤 바라문의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바라문은 기뻐서 “이 나구라 벌레가 새끼를 낳았으므로 나도 자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하면서 더욱 나구라와 그의 새끼를 사랑했습니다. (계속)어느 날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바라문의 아내는 아기에게 먹을 것을 주 고 그릇을 얻으러 이웃집에 가느라 잠깐 집을 비웠습니다. 바라문의 아 들은 우유를 마시고 있었는데 우유 냄새를 맡은 독사 한 마리가 집에 침 입해서 큰 입을 벌리고 아기를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곁에 있던 나구라 벌레가 이를 보고 독사를 죽이고 일곱 조각으로 찢어 놓았습니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