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旅殘年八此屯(의려잔년팔차둔) 의병활약 남은 해를 이곳 팔공에 주둔하여無依孤陣盡心神(무의고진진심신)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진영이나 마음정신 다하였네民情國勢版蕩日(민정국세판탕일) 민생과 나라형편 날로 어지러워지고武器軍糧乏絶春(무기군량핍절춘) 무기와 군량 모두 없어진 봄이었지 志士英雄通氣服(지사영웅통기복) 지사와 영웅은 의기로 통하여 따르고巨山泰嶺列齒脣(거산태령열치순) 큰 산 높은 고개에 순치지세(脣齒之勢)를 이루어서百戰山河功不易(백전산하공불역) 수많은 전투로도 산하의 공은 바꾸지 못하니徒勞將卒苦幸辛(도로장졸고행신) 장졸들의 온갖 고생 헛되고 말았구나渡頭海曲鯨開鬪(도두해곡경개투) 나룻터 바닷가에 고래같은 무리가 싸움을 벌이니僧與村氓起大嗔(승여촌맹기대진) 승려와 촌민조차 크게 분노하여 일어났지天闊雲輕龍墮地(천활운경용타지) 하늘이 트이고 구름 옅어지니 용이 땅에 떨어지고林疎霧散虎顚垠(임소무산호전은) 숲이 없어지고 안개 흩어지니 호랑이도 벼랑에 떨어졌도다運其去矣難回輓(운기거의난회만) 운은 다하여 가고 어려움이 돌아와 끌고 가니事已敗之自沒淪(사이패지자몰륜) 일은 이미 실패하여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으니五士臨終同節地(오사임종동절지) 다섯 열사 함께 절개를 지킨 땅에서 죽음을 맞고奸奴酷及殺吳淳(간노혹급살오순) 간악한 적은 잔인하게도 오순을 살해했네竹根避石匿名去(죽근피석익명거) 대나무 뿌리 돌을 피하듯 이름 숨긴 채 다니면서白地又生光復筍(백지우생광복순) 황무지에서 다시 광복의 죽순으로 태어나셔서內陸外洋播種實(내륙외양파종실) 국내 국외 두루 (광복의) 씨앗을 파종하고抵霜抗雪擊風塵(저상항설격풍진) 눈서리에 저항하며 온갖 풍진 물리치셨으나支離歲月經混亂(지리세월경혼란) 이리저리 찢긴 세월 혼란이 지나는 동안繼續犧牲幾就仁(계속희생기취인) 계속하여 희생하니 거의 인의(仁義)을 이루시도다褒顯伊今公議鬱(포현이금공의울) 지금 포상하여 이름을 드러내야한다는 공적 논의는 활발하지만堪憐不索草創人(감련불색초창인) 처음 이 일을 할 만한 사람 찾지 못함이 안타깝구나.(산남의진유사 3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