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돈 1,000만원 갖고 결혼을 했다. 좀 늦은 혼사였다. 축의금으로 들어온 1,000만원은 모친께 고스란히 드렸다. 키워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했다. 더 잘하고 살겠다는 의미로 그리했다. 또 내 솥은 내가 알아서 단도리한다는 결기가, 자신이 있었다. 나는 그리 10년을 살았다. 책을 넉넉히 놓고 살 널찍한 아파트를 샀고 아주 잘 생긴 두 아들을 얻었다. ‘세븐 대포딜스’는 누구의 노래가 아닌 바로 나의 노래인 것이다. 나는 길가에 핀 수선화를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I do not have a fortune당신에게 아름다운 것들을 사줄to buy you pretty things많은 돈은 없습니다.But I can weave you moonbeams하지만 달빛으로for necklaces and rings목걸이와 반지를 엮어드리고And I can show you morning천개의 언덕 위 아침을on a thousand hills보여주며And kiss you키스하고and give you seven daffodils수선화 일곱송이는 드릴 수 있답니다. 나는 아내에게 이러고 프러포즈를 했다. 내 프러포즈는 혜정 류영희 선생님이 써준 액자 하나가 전부였다. <문인송 가는 길> 113쪽의 ‘석류’다.우리 낮에도 뽀뽀하고우리 밤에도 뽀뽀하자 우리 저 넘실대는 벽물 타고너는 위에서, 나는 아래에서두둥실 두둥실 사뿐사뿐 다가가 낮에도 뽀뽀하고 밤에도 뽀뽀하고오손도손 알콩달콩 정겨웁게 살자. /<문인송 가는 길> ‘석류’ 전문 살아보니 아내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그런 아내가 나 같은 이상주의자와 결혼한 것은 미스터리다.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것이다. 그래도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은 상극은 통한다는 묘한 진리 때문일런가. 내 공약(?)대로 뽀뽀를 좀 더 열심히 했다면 라온이는 둘째가, 바론이는 셋째였을 것이다. 그것이 자못 아쉽다./심보통 2024.3.20.*‘세븐 대포딜스’ 감상은 아래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f8Y4l4JK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