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선거 기간이 끝났습니다. 눈부신 벚꽃 사이로 현수막에 새겨진 강렬한 문구들을 실컷 봐왔으니 식상함을 넘어 피로감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선거판을 따라다니다 보니 봄이 오고 가는 줄 모르고 보낼뻔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봄 이야기나 좀 해보려 합니다.봄하면 먼저 떠오르는게 학창시절에 배운 ‘상춘곡’입니다. 흥겨운 정취가 묻어나는 가사작품은 봄의 풍류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조금만 옮겨 보겠습니다.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리)예 퓌여잇고,(복사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있고)錄楊芳草(녹양방초) 細雨中(세우중)에 프르도다.(연한 버들잎과 향그런 풀잎은 가는 비속에서 푸르도다)칼로 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칼로 재단한 것인가, 붓으로 그린 것인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다.(조물주의 신기한 능력이 자연 생물마다 대단하다)수풀에 우 새 春氣(춘기) 내계워(풀섶에서 우는 새는 봄기운을 못이기고)소마다 嬌態(교태)로다.(소리마다 교태롭다)物我一體(물아일체)어니, 興(흥)이 다소냐.(자연과 내가 하나인데 어찌 흥이 다르겠느냐)참으로 눈부십니다. ‘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리 행복하기에 충분하네요. 도대체 이 봄에 감사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햇살 담은 4월 꽃들의 유혹이 자못 원색적이지 않나요. 누가 말을 하기도 전인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저 앞서 매화부터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한차례 충분히 홀리고 갔음에도 벚꽃의 연분홍빛이 선정적이었습니다. 차안에서도 걷다가도 온통 눈길은 꽃에게로 갑니다. 감탄사는 자연스레 벚꽃처럼 툭툭 터지네요. 이유없는 발길은 꽃으로 향하고, 코끝 또한 꽃잎에 하릴없이 다가갑니다. 무엇이 들어 저토록 유혹의 의지가 강할까요. 문득 괜찮은가 싶다가도 영물같은 새나 벌처럼 부지불식간에 고질병이 도집니다. 어느 누가 나의 바짓가랭이를 잡아도 이 봄을 느끼지 않고는 못견딜 터. 퇴화된 시각과 후각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들 어떻습니까. 만물이 형형색색으로 손짓하고 온갖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려 드는데요. 참으로 행복합니다. 여기서 왜라고 물으면 안됩니다. 이유없이 좋은거죠. 굳이 말하라면 4월의 햇살이 좋고 꽃과 향이 있어 여유롭습니다. 너무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답이될지 모르지만 모든게 그냥 좋습니다. 이 아름다운 날에 도대체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즐기기에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요. 봄이라는 시계는 바삐도 돌아 갑니다. 개나리 노란잎과 분홍빛 복사꽃에 이어 꽃비 날리는 벚꽃도 엔딩입니다. 꽃들 뒤로 연한 새순이 간질거리게 돋아납니다. 이제 또 연둣빛이 만연하면 그 연두의 설렘을 어찌 감당해 낼지 모르겠습니다. 새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봄의 생생함에는 열매를 맺기 위한 시간도 공존해 있습니다. 이어지는 시간에는 울긋불긋한 연산홍과 담장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따라 이팝꽃과 아카시아, 장미의 계절도 올 겁니다. 대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분주히 생명을 피워내고 자연의 법칙에 충실할 뿐 욕심도 경계도 없기에 그저 넉넉합니다. 그렇게 봄 앞에서 부지런을 떠는 동안 자연의 향기는 우리 온몸에 내려 앉겠지요. 봄속에는 가끔 황사나 미세먼지가 우리를 가두기도 하고 꽃가루가 날려 알레르기를 주기도 하지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많으니까 괜찮습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상당히 오르면서 곧 다가올 5월은 더이상 봄이라 여기기도 어려운 여름이 되고 맙니다. 다시금 말하지만 봄은 만물을 깨우는 빛입니다. 눈부신 젊음을 말하기도 하지요. 이 빛과 젊음의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우리는 침묵으로 긴 겨울의 터널을 참았습니다. 세상 시름 다 잊고, 눈과 귀, 마음마저 활짝 열어 피어나는 꽃들의 속삭임 들으며 얼마 안남은 봄 만끽하기 바랍니다. 보내고 아쉬워 하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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