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재에서는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회장이 태어나서 자란 마을의 내력과 부인 박두을 여사 그리고 마을 앞의 물이 빠져나가 합류되는 남강의 솥바위(정암/鼎巖) 전설에 대해 기고하였고 이번 주는 생가와 마을 전체의 풍수입지에 대해 알아보자. 이곳 생가마을의 산세는 백두대간 남덕유산(1,507m)에서 나온 지맥이 동남쪽에 위치한 합천의 황매산(1,110m)을 거처 남강과 황강사이로 내려와 의령의 매봉산(597m)를 일으켰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지현굴곡을 하며 길게 뻗은 지백이 호암산(290m)을 일으켜 마을의 주산이 되었고 여기서 다시 남동쪽으로 계속 뻗어나간 지맥은 생가 뒤 배산을 만들어주고 좌측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을 만나면서 그 행로를 멈추었다. 이곳 생가는 일자문성의 토형산 아래에 자리 잡았고 좌우의 청룡백호도 잘 감싸주고 있어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으니 누가 찾아와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혈처를 와혈이라 하는데 혈의 종류는 크게 와혈(窩穴), 겸혈(鉗穴), 유혈(乳穴), 돌혈(突穴)의 4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를 혈의 사상이라고 한다. 풍수서 『지리오결』에서는 열 개의 부자 혈 중에 아홉 개는 와혈이라 하였으니 이러한 터에서 부가 쌓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이 마을의 수세는 좌측 뒤편에 있는 문곡지에서 흘러나오는 실개천이 마을 앞 우측에서 흘러나오는 정곡천에 합류해 흐르다 또 다시 좌측에서 흘러나오는 월현천에 합류한 후 남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므로 이 마을은 세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마을 앞에서 합수하여 흐르기에 물이 풍부하여 일찍부터 부자의 마을이 되는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풍수고전『설심부』에서는 수(水)를 논하는 것은 삼차구곡의 수가 으뜸으로 세 곳에서 합쳐 모인 물이 굽이굽이 굽어 조당에서 모이면 그 안쪽은 대귀할 곳이다.”하였다. 또한 여러 갈래의 물이 흘러와 모이는 곳에는 명당이 있는 곳으로 물이 명당을 증명하고 명당은 혈을 증명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생가 앞 마당에는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맑은 우물물이 있고 풍수에서는 이러한 샘물을 진응수(眞應水)라 하여 굉장히 귀하게 여긴다. 이 물은 지맥의 양측을 따라 흘러나오는 물이 명당 앞에 합수하여 솟아나온 물이기에 혈장아래에 진응수가 흘러나오면 그 안쪽을 대 길지로 보고 이를 혈의 증거로 삼는다. 풍수고서 『인자수지』에서는 “산관인정(山管人丁)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하여 산은 사람을 관장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고 하였으니 마을의 이러한 수세조건들이 이 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든 풍수적 요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생가 앞에 보이는 안산은 곡식을 쌓아둔 형상의 노적봉이고 주변에는 귀인봉들이 많아 이 또한 마을의 부를 기약하기에 충분하다. 이상하게도 정면의 노적봉은 마을의 다른 집에서는 그 모양으로 보이지 않고 호암의 생가에서만 노적봉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러 가지 풍수적 증거들과 더불어 양택지의 기본조건인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조건을 갖추었으므로 이곳 생가를 부자 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