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무상신속(無常迅速)옛날에는 청명과 한식이 지나면 잠을 줄여서 서쪽 하늘에 달이 지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 아녀자의 도리였습니다. 서쪽 하늘에 달이 지기 전에 일어나는 것을 ‘용란을 긷는다’고 했습니다. ‘용란’ 이란 샘에 비친 달그림자를 말하며, 옛날 아녀자들은 달이 미처 지지 않은 이른 새벽에 샘물을 정화수로 삼아 먼동이 트는 동쪽을 향해 집안의 무사태평을 빌었습니다. 그러한 지극한 정성으로 가정을 돌보아 왔던 것이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였습니다.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기도를 한다면 이 또한 용란을 긷는 정성과 다를 바 없습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하루하루를 지극한 정성을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살림하는 사람이 하루만 마음을 느슨하게 하여도 가정이 편치 않음을 간혹 느낄 것입니다. 하루만 청소를 안 해도, 하루만 빨래를 안 해도, 하루만 설거지를 안 해도 집안이 온통 지저분한 것 같고, 하루만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도 금방 티가 나는 것 같아서 어머니들은 항상 아침에 눈 뜨는 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바쁘기만 합니다.왜 우리는 이처럼 하루도 내 맘대로 아무렇게 살지 못하고, 게으름도 피우지 못하고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문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비구들이여, 예를 들어 여기에 활을 잘 쏘는 사람이 네 명 모여 있다”고 하자, 그런데 한 남자가 찾아와서 그들에게 장담을 했다.‘당신들 네 사람이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활을 쏘면 나는 그 화살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거두어들여 보겠소’ 라고,비구들이여,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 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대단히 빠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대덕이시여, 참으로 대단한 속도입니다. 한 방향으로 쏜 화살이라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대단히 빠른 사람일 것입니다. 하물며 그 남자는 네 명의 궁수가 사방으로 쏘는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거두어들인다고 하므로 그 빠르기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부처님께서 이런 얘기를 나누신 것은 ‘무상신속’이라는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네 방향으로 날아가는 화살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빠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 보다 더 빠른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비구들이여, 그러나 그 사람보다도 훨씬 빠른 것이 있다. 해와 달이 하늘에서 뜨고 지는 것은 더욱 빠르다. 그리고 해와 달이 하늘에서 뜨고 지는 것보다 더욱더 빠른 것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다해 가는 것은 해와 달보다도 훨씬 빠른 것이다.비구들이여,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렇게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은 해나 달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제 불방일(不放逸)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그대들은 이렇게 잘 익혀야 한다.”예로부터 ‘부생약몽(浮生若夢) 즉 인생은 한갓 허무한 꿈과 같다. 혹은 ‘부유일생(浮遊一生)’ 즉 하루살이와 같은 인생이라 했습니다. 사람의 생애가 그만큼 짧고 덧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그 짧은 인생, 덧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을 보다 잘 지내기 위해서는 “불방일(不放逸)하라.” 하신 것입니다.그렇다면 매일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 하는 일이 수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수행입니다. 살림 잘하는 것이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고, 가족을 건강하게 하고, 가족들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밑거름입니다. 그러므로 열심히 살림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이요. 어느 의미에서는 기도요,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림하는 사람, 살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도 수행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계속)게으름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마가 낄 새가 없습니다. 놋그릇도 열심히 닦으면 녹이 나지 않듯이, 거울을 매일 닦으면 때가 끼지 않 듯이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마가 끼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행 한 그림자가 오려고 하다가도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웬만한 불행은 비 껴가게 되어 있습니다.살림을 지겨워하고, 설거지며 청소며 빨래를 잔뜩 미룰 만큼 미루었 다가 하는 사람은 게으르고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물론 살림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 경우에는 살림을 바로바로 할 수 없어서 미루었다가 할 수도 있지만 특별히 그런 것도 아닌데 미루는 사람은 가족들도 게을러지고, 서로 불평이 나와 화목하지 못하게 됩니다. 화목하 지 못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주부가 열심히 살림을 해주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가족의 행복을 지원하는 일이 자, 행복의 샘물을 퍼주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나 태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살림이 되었든, 일이 되었든 간 에 아무튼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수행인 것입니다. 집의 살림은 엉 망으로 해놓고 절에 와서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 습니다. 청소하면서 지장보살 찾고, 설거지 하면서 관세음보살 찾는 것 이 부지런히 사는 일이요, 수행을 잘 하는 것입니다.부처님께서 베살리라는 곳의 마하바나 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였습니 다. 베살리는 밧지 연합의 도시로 남쪽은 갠지스 강을 사이에 두고 마가 다국에 접해 있으며, 서쪽은 코살라 국의 세력 범위에 잇닿아 있어 2대 왕국 틈새에 끼여 끊임없는 위협을 받고 있었지만 독립을 유지하고 잘 지내던 나라였습니다.어느 날 부처님은 베살리 사람들을 칭찬하며 말씀하셨습니다.“비구들이여, 이곳 사람들은 밤엔 볏짚을 베게로 하여 눕고 아침에는 일찍부터 일어나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가다국의 아자타투 왕은 오래 전부터 이 나라를 침략하고자 노리고 있지만 아무 리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비구들이여, 앞으로 만약에 그들이 편한 생활에 빠져 부드러운 침상 에 누워 깃털베게를 베고 해가 뜰 때까지 자게 된다면 아자타삿투 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