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널리 회자됐지만 어느 때부터 ‘개천에서 용 안난다’는 말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사실상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오롯이 좋은 머리 하나로 사법고시에 붙어 집안의 모든 것을 일으킨다는 지난날의 성공신화가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됐습니다. 계층 이동 가능성이 부정적이고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대체로 2015년 전후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인 9.5%포인트 하락했다는 겁니다. ‘흙수저’라는 말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네요. 합계출산율도 2015년 이후부터 급속하게 감소했고요. 하지만 전조증상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였겠지요. 이런 흐름은 지난 10년간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 교육·자산 격차 등과 맞물리면서 여태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출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 역동성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정부는 이 흐름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지난 5월 1일, 역동경제를 구현하고 사회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공정함 속에 능력과 노력에 따른 계층이동 사다리를 놓아 주겠다는 취지지요.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나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손쉽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청년 고용올케어 플랫폼’을 만들 예정입니다. 국가장학금 신청 시 교육부의 학생정보와 고용부의 구직·취업정보를 연결하여 청년 구직자 등에게 ‘찾아가는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랍니다. 또한,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인한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대폭 확대하고, 경력단절인 재취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강화합니다.사회이동성의 두 번째 축은 교육기회 확대입니다. 즉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사회 교육의 양극화를 막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우수 학생을 조기에 발굴·지원하기 위해 ‘꿈사다리 장학금’ 지원 대상을 현행 중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합니다. 취업연계 장학금은 저소득층을 우선 선발하고, 고졸 청년의 공공기관 취업 기회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축은 자산형성 지원입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는 ISA 유형을 통합하고, 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전면 개편합니다. 대부분 고정자산으로 묶여있는 가계자산이 경제 전체에 순환될 수 있도록 부동산 연금화 촉진세제도 도입합니다.우리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개천에서 용’ 나거나 ‘자수성가’한 사례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의 수능성적과 부모의 학력, 소득이 정확히 정비례 한다고들 합니다. 금수저를 타고나야 공부도 잘 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취업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의 능력보다 ‘부모님 뭐하시노’의 대답이 중요한 스펙으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좋은 집안, 돈 많은 집안에서만 용이 나고 부모의 스펙이 학벌과 취업을 넘어 결혼까지 이어지는 씁쓸한 현실이 됐지요. 정부가 개선방안을 내긴 했지만 문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시책에 공감하고 희망을 느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그 체감에서 되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을 피부로 느껴야 한 줄기 빛이 되고 기대감도 끌어 올립니다. 우리 사회가 부모의 능력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보여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계층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 제도가 뜻한대로 정착돼 훗날 미래세대가 올해를 계층 사다리에 큰 변화가 온 해로 평가해 줬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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