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세책집(貰冊-)은 흥했다. 오늘날 책 대여점이다. 일정액의 세를 주고 빌리는 방식이었다. 세종의 시혜 덕분으로 한글을 깨친 백성이 늘면서 조선후기 세책집은 인기였다. 주로 장편소설집이 인기였다고 전한다. 이야기만큼 서민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게 드문 탓이었을 게다. 현대에는 저잣거리의 세책집 대신 만화방이 전성기를 구가한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중학교 시절 만화방은 동전 몇 개씩이 모여 수만원이 수십만원이 되었다. 이른바 ‘눈덩이 경영’으로 책방 주인들은 재미를 솔찬히 봤다. 소설집, 에세이집, 시집은 작은 바퀴로 만화책 뒤를 따랐다.오늘날은 공공도서관이 참으로 잘 되어 있다. 방대한 책과 자료를 보유한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마다 하나씩이 있고, 그 새끼 격인 마을도서관은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자리해 있다. 나는 서울에 있을 때 마을도서관 덕을 톡톡히 봤다. 집앞 50m 거리에 있는 마을도서관은 한적하여 내 전용 작업실로 그만이었다.어제 모처럼 김천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집안의 대사를 치르느라 미뤄두었던 갖은 일에 고삐를 죌 때가 온 때문이다. 그런데 시립도서관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집과 지척인 직지초등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걸 어떨까, 한 거였다.내 모교인 직지초등학교에 전화를 넣었다. 마을주민들에게도 책대여가 가능하되, 도서관에서 앉아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당직선생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늘 교장, 교감 선생이 출근하니 학교로 방문해서 결정하면 좋겠다고 당직선생은 일러주었다.직지초등학교는 벼랑끝으로 몰려 폐교 처분을 기다리는 숱한 시골 초등학교 사정과 달리 최근에 구교사를 허물고 신교사를 새롭게 지어올렸다. 운동장을 시원하게 틔웠다. 인근 폐교된 학교 학생들이 직지초등학교로 통근하면서 기사회생하는 경이를 발휘했다. 내 모교가 건재함은 감사한 일이다. 한편 누군가의 추억은 사정없이 허물어졌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오늘은 초등학교 도서관을 가 볼 요량이다. 그곳에서 내 할 일을 하면서 내가 할 일(도울 일)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은 일이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책을 빌리겠다고 매번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다녀오는 일은 자제해야 겠다 싶어 찾은 고육책이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심보통 201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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