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이성간의 감정으로 인한 사랑은 욕심과 괴로움을 만듭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만 사랑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것이 욕심만큼 채워지지 않을 때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사랑이라는 근본을 소멸하는 결과만 낳게 됩니다.그러나 상대편을 존중하여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하는 사랑은 오히려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병든 사람일지라도,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못난 사람일지라도 마음에 상대편을 존중하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줍니다. 그야말로 그런 사람은 사랑의 근본을 알고 키우는 사람이며, 인생을 아름답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살면서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마지못해 사는 것이다.” 혹은 “죽지 못해 함께 산다”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뒤에 붙이는 말이 있지요? “자식 때문에 할 수 없이 산다”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자식을 사랑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남편에 대해서는 ‘할 수 없이 함께 산다’ 라는 말을 할지언정 자식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산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누구나 무조건적이기 때문입니다.그렇다면 이웃을 사랑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이웃을 사랑하느냐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웃에게는 사랑이라는 말보다는 정이 들었다는 말이 더 편하고 이해도 빠르실 것입니다. 그러나 묻고 싶은 것은 정만 들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웃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가족이나 친족에 대한 사랑은 있을 수 있으나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사랑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리고 내가 우리 가족과 친지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만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한다면 각박한 현실이 보다 부드러워질 것입니다.어떤 서커스단에 ‘핍’이라고 하는 코끼리가 있었는데, 재주가 많아 인기가 꽤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미친 듯이 난폭해졌습니다. 그래서 단장은 그 코끼리를 사살하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난폭한 코끼리가 사살되는 장면을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 때 안경을 쓰고 암갈색의 콧수염을 기른 신사가 나타나서 조용히 단장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저 코끼리는 결코 미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얌전하게 해 보이지요?” 하고는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은 그 신사가 코끼리에게 밟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한 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사가 코끼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그 거칠고 난폭하던 코끼리가 어린아이처럼 어리광부리는 소리를 내면서 코를 신사의 손에 감아 걸었습니다.그렇게 코끼리를 안정시킨 뒤 신사는 단장에게 말했습니다.“이 코끼리는 단지 고향이 그리웠을 뿐입니다.”그 신사는 코끼리의 마음을 읽었던 것입니다. 코끼리가 왜 난폭해질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것을 그 신사가 사랑의 마음으로 꿰뚫어 보았기에 다시 코끼리를 온순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신사가 말을 못하는 동물의 마음을 헤아려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세상이 각박해졌다는 것은 바로 사람 마음에 사랑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가족이나 친지, 이웃, 사회, 국가에 대한 사랑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기적일 경우에 탐욕이 생기고, 집착이 생기고, 원망이 생기고, 고통이 생기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사랑만큼 착하고, 평온하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이기적인 사람은 많아도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지금 세상이 각박하고 혼란하게 된 것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