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도 아침 일찍부터 수거용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올 2월 서울시의회에서 고령층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도록 하는 건의안이 나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동일 임금체계 노동시장에선 고령층이 일자리를 얻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노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건의안을 보낸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고령층 근로자들은 “패륜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이들은 “세상에 나이 먹지 않는 사람은 없고 나이 먹는 게 죄는 아닐텐데 어째서 급여조차 깎자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급여를 깎는 것이 아니라 노인 근로자들의 복지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합니다.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65살 이상의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올라가 지하철 적자가 누적된다며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겠다고 해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노인들은 개혁신당과 이준석 대표를 패륜아 정당에 망나니 짓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 대표는 무임승차 폐지 대신 연 12만 원 교통카드 지급을 제안했고, 노인들은 한 달에 1만원이면 버스나 지하철 평균 요금이 1400~1500원인데 왕복이면 3000원으로 한 달에 세 번꼴인데 ‘방콕’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냐고 맞섭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공짜란 분명히 누군가의 부담입니다. 노인들은 그들의 피땀으로 지금의 번영을 만들었다며 우대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공짜 지하철 타고 온천을 가고, 경마장마저 다닌다고 항변합니다.저출생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이런 사례가 곳곳에서 튀어 나옵니다. 노인복지에 쓰이는 예산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지역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복지에 쓰이는 예산은 자꾸 늘어날테죠.오는 2042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면 생산인구 3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데요. 고령화 사회에 접으들면서 정년 연장을 비롯한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니 고령층 노동력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하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나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는 등 반론도 상당한데요. 서울시의원들이나 이준석 대표처럼 소신 발언을 내놓으면 효를 기반으로 한 전통을 들먹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패륜이라고 폄하합니다. 그리고는 세대 갈라치기나 노인혐오 프레임마저 씌웁니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곤해지고 근감소에 인지능력 등 모든 기능이 떨어집니다. 고령의 운전자한테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는 것도 사고를 우려한 사회적 불안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차가 있어 전체 사례 중에 얼마나 될까 데이터를 따져볼 일이지 일반화해 매도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미래가 청년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아님은 틀림없습니다. 또 그 청년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터입니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이 남은 사람들 중심으로 세상 질서를 짜야 한다는 발상은 노인혐오를 제도화하는 반문명일 뿐입니다.그럼에도 현재 우리 사회는 불가피하게 고령화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로 우대’나 ‘노인 공경’이라는 말은 지금처럼 기대수명이 길지 않고, 젊은 세대의 인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을 때는 공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대하고 공경해야 할 대상이 많아지면서 그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 세상인심인 것 같네요. 오래 산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사회가 돼서도 안되겠지만, 여기에 반하는 것들이 무의미한 선동질이라 말하는 사실도 불편합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모르겠지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논의가 겉도는 지금 이 시간 속에서도 고령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