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7)자호천의 요동치는 물줄기를 보면서 끊임없이 몸은 생리주기에 맞춰 꿈틀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씨앗이 착상된다면 아기집이 비교적 관대하게 들어설 것이다. 자궁 내 작은 공간으로, 아기가 성장하고 공급받는 놀라운 장소를 간절히 원한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인간에겐 진화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정기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어느 날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지는 몸과 맞닥뜨렸다. 그것은 저항이었고 아우성이었다. 꽃봉오리를 피어 올리기 위해 벌어진 자리에 꽃 벌 한 마리가 단단한 침을 꽂는 통증이었다.그래서 인정하고 공식화하기 위해 한 번도 보지 못한 지하실을 찾으려고 온 집안을 들쑤셔놓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형체도 없는 새소리, 바람소리에 이끌려 깡마른 여자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걷어내고 확신에 찬 몸짓이 되었다. 얼마나 샅샅이 뒤졌을까. 지하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쌓아둔 차단벽이 발견되었다. 망설임 없이 벽을 허물자 오랜 시간 침묵하던 지하길이 열렸다. 두려웠지만 그 길의 끝에 서고 싶었다. 아무도 마중 나와 있진 않겠지만, 사방팔방으로 뻗쳐가면서 성가시게 된, 알 수 없는 간절함을 떨쳐내고 싶었다. 빛이 절박한 지하실 먼지입자가 그랬고, 수십 마리 비둘기 울음과 날갯짓이 그랬고, 이음새가 부실한 나무문짝이 그랬고, 용케도 휩쓸리지 않은 해골이 그랬고, 지하실 바닥과 연결된 자호천이 그랬고,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되어졌다. 컴퍼스의 중심점에서 깡마른 여자가 등장했고 주변은 그렇게 활기를 찾아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조금 더 자신감이 붙어, 거침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호천 주변은 텐트 족으로 웅성거렸다. 거저 자신의 수컷을 쏟아내고 싶은 남자를 물색했을 뿐이었다. 일행이 있어도 동성끼리는 상관없고 일인으로 온 텐트 족이면 최적이라 생각했다. 유혹대상이 물색되면 성큼성큼 다가간다는 자신감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서 페로몬을 감지하는 후각이 다른 동물에 비교해 퇴화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믿었다. 지금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서 페르몬 향이 진동한다고 또한 믿었다. 왜 이토록 도발적이며 위험하게 행동하는지 자제하고 싶지 않았다. 수년이 흘러도 수도와 전기검침원만 다녀갔을 뿐, 낯선 발길이 끊긴 집안의 고독을 누가 이해할까. 읍내슈퍼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먹거리를 사서 흥건하게 엎질러진 고독 속으로 다시 찾아드는 바퀴벌레 인생은 얼마나 허접했기에 몸서리를 쳤을까. 문단속을 하지 않는 채로, 차라리 겁탈 당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아무 일 없이 다음날도 온전하게 찾아왔다. 깡마른 여자에겐 독기로 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심 받지 못하고 밀려나 오래 멈추지 않을 울렁증이 한동안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그것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도 자신에게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간신히 참고 견뎠다. 불면으로 뒤척인 하루해는 중천에 뜬 채 깨웠고, 창문을 열 때마다 주인 없는 그림자라도 다녀간 흔적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토록 철저히 배제된 고독이 따라와 자신을 감싸고 놓지 않는 이유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바른 설명일 것이다. 깡마른 여자의 눈에 한 남자가 꽂혔다. 혼자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팔월이 한결 누그러진 끝 무렵이었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남자 앞에 섰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을 때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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