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중에도 SNS, 즉 문자나 카카오톡 또는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서 내용을 읽었음에도 상대와 대화하기를 원치 않을 경우가 가끔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때는 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애매해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메시지를 보낸 상대는 분명히 메시지가 온 것을 알 만한 상황인데 메시지를 확인 안하는 경우와 메시지를 읽었음에도 답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요즘 말로 ‘읽씹’이라고 합니다. 이 ‘읽씹’의 뜻은 “읽고 씹다”라는 것의 줄임 말인데 사전적으로는 ‘문자 메시지 따위를 읽고 답하지 아니하는 일’, 즉 생까는 말의 속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냥 단순히 친구나 연인끼리라면 읽씹을 하더라도 일부는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화통하게 개의치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친구나 연인이 아니거나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대라면 대부분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요. 정말 업무상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는데 반응이 없을 때는 대략난감하기도 합니다. 읽씹은 사회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편이 보편적이지만 읽씹한 사람의 입장에서 바빠서 못봤으니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비판이나 욕할 처지가 못됩니다. 살다보면 진짜 바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불순한 의도로 읽씹한 것인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죠.시간이 좀 지나긴 했습니다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을 즈음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 당대표)이 영부인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읽씹했다는 사실이 4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폭로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1월달에 있었던 일이 무려 6개월이나 지난 7월에 회자된 이유 따위는 이제와서 알고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때 ‘읽씹’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겁니다.요즘은 읽씹이 아니라 아예 첫 단어만 봐도 지우고 싶은 문자들이 많습니다. ‘개미들의 희망, 초보자의 천국’ ‘손실나면 전액 배상 드립니다’ 같은 문장이나 ‘잔액이 입금되었습니다’ ‘곧 사라지는 쿠폰이 있어요’라고 시작하는 메시지는 본능적으로 도착 즉시 삭제됩니다. 왜냐하면 ‘피싱’에 낚일 수가 있거든요.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씹다’라는 말이 어떻게 하다가 ‘무시하다’라는 뜻으로 변했을까라는 의문입니다. 말에는 사회성이라는 것이 있어 사회 구성원들간의 약속인데 어떤 개인이 함부로 바꾸거나 고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어란 시간이 지나면서 무한히 새로운 표현이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약속은 사회성이지만 변화는 역사성에 해당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은 생성, 변화, 소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말의 역사성입니다. 말뜻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예측불허지요. 생성이란 우리 사회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조어를 나날이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말뜻의 변화인데 훈민정음에는 ‘어린 백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리다’라고 하면 나이가 어린 것을 뜻하지만 그 시절엔 ‘어리석다’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어엿삐 여겨’라는 말도 있는데 ‘어여쁘다’는 말도 지금은 ‘예쁘다’라는 말이지만 원래 ‘불쌍하다’는 뜻입니다.애초에 ‘씹다’라는 말도 ‘고기를 씹다’처럼 본뜻은 음식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서 부딪치며 내리누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잘근잘근 씹는 행위에서 공격성을 찾아냈는지, ‘사장을 씹다, 선배를 씹다’처럼 누구의 흉을 보는 뜻으로 쓰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입안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왠만하면 뱉어내지 않고 삼킵니다. 그 때문인지 언어의 영역에서 들은 말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씹다’가 되는가 봅니다. “와 내가 하는 말 씹노?”의 예에서 보듯 음식을 씹는 행동이 요사이 비난과 무시의 뜻으로 바뀌다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곰곰이 찾아보면 논리(?)에 맞는듯도 합니다. 과연 말이란게 씹을수록 흥미롭네요.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4-10-10 03:26:37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발행인.편집인: 양승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승원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