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굳이 그래야 했는가’라는 의문만 남지만 죽음에는 어떤 말이 필요하다. 사라짐으로 끝나지 않고 고인이 던진 메시지를 받아 살아남은 자들이 조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까닭 모른 채 혼자 짐을 질 수 없는 이유다. 그의 마지막 직함은 영천시의원이였다.비극에 이르는 길은 곱게 포장된 것이 아니겠지만 마지막 돌부리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을 마감하기 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답을 찾을 수 있다. 친했던 몇몇 이들은 말한다. 일말의 사건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입을 모은다. 영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치르며 자리다툼으로 인한 오해와 불신으로 난장판이 되면서 일이 발생했음을 짐작한다. 본인이 의도한 일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의장단 선거로 한 의원은 우롱을 당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자신의 억울함과 6년 전 시의원이 되기 위한 일련의 일들을 주변에 이야기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도의적 책임을 느꼈는지 그는 당사자를 만나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서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 수렁으로 빠지며 낭떠러지로 몰렸을거라 짐작된다. 양심은 바위보다 무거워야 하지만 반칙으로 얼룩진 양심은 의외로 가벼울 수 있다. 어떤 양심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 죽음이었을까. 의문을 푸는 일은 남은 우리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 영천·청도 지역위원회가 고인의 사망과 관련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며 성명서와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앞서 어떤 일간지에서 보도한 내용을 근거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경찰 재직때부터 인연을 이어왔고, 지역구 4급 보좌관과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그가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는다면서 책임감을 갖고 영천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도 촉구하고 있다. 사실 이 언론보도 이후 지역에는 돈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번 기회에 공천헌금과 금권선거 등 불법선거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시에 의구심이 높다. 상황인식이 안이하고 시민들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도, 관계자들이 미워서도 아니다. 다만 마땅히 한마디 남기지 않은 죽은 이에 대한 어떤 의미의 애도 차원일 수도 있다. 이번 요구에 세간의 우려를 씻어낼 메시지를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무관심과 외면으로 지나치려 하거나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것은 얕은 기술이 아니라 진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절대 양심이다. 오랫동안 경찰에 몸담았던 그여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진실이 밝혀지고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바른 사회로 가야한다는 대명제만은 철칙이다. 그가 죽음이라는 극단 선택으로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며 그에 대한 애도의 책임이라 믿는다. 결론에 깃든 양심의 무게만큼은 전 시민과 함께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