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엊그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인즉 오는 2072년 세계 인구가 25.2% 증가할 때 한국 인구는 30.8%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국제 추세보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진행되고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로 출산율이 현재의 꼴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목표’.이것은 지난 6월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본회의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목표입니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목표 달성이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이를 낳는 일이 ‘매출 얼마’, ‘실적 얼마’와 같은 목표처럼 표현되는 것이 좀 엽기적 상황 인식이라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부의 이런 인식은 곳곳에서 반영돼 불거져 나옵니다. 저출생 대책의 접근방식이 아이를 출산하고 기르는 부담을 더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아이 하나 낳으면 얼마를 지원하고, 둘째는 얼마, 셋째는 또 얼마... 게다가 육아휴직 급여는 얼마를 더 주고, 아이를 늦게까지 봐주는 보육 시스템을 강조하는 식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이 육아기 지원이 좀 늘어난다고 마음을 돌릴 것 같습니까.제가 저출생 문제를 수도 없이 지적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마련하지 않은채 변죽만 울리는 것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앞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유를 말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최근 우리의 출산율 감소가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만이 아니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 출산 관련한 생각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옛날 우리때사 결혼하면 애 낳는 것 당연시 여겼지만 요즘 젊은이들 결혼한다고 해도 애 낳겠다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결혼까지 해놓고 애를 낳지 않으려 하고, 기껏 낳아도 달랑 하나만 낳고 말까요. 이유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잘 키우기 힘들 것 같아서,’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등 이렇게 나옵니다. 돌려 해석하면 “잘 키우지 못할 바엔 낳지 않겠다”거나 “애 키울 능력이 없는데 애 낳는 건 죄”라는 식으로 말하는 청년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여기에 불확실한 미래가 포함됩니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안전한 사회와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속에는 내가 사는 집, 동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 글로벌시대에 전 지구까지 들어갑니다. 내 아이가 자랄 사회와 지구의 미래가 비관적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여느 생물들처럼 번식을 멈추지 않겠습니까. 미래 세대가 처할 불확실성과 불안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 사람들. 이들을 생각한다면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니 ‘No future, No children’이 보편적이랍니다. 양질의 육아 환경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낳기만 하면 되고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를 생산하는 ‘공급자’로, 아이는 사회의 ‘수요’에 의해 늘렸다 줄일 수 있는 공산품처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런 시각이 불안과 불확실을 더 키웁니다. 여기에다 출생아의 감소는 곧 미래 부모의 감소로 이어지고,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젊은이들은 넋두리 합니다. ‘결혼도 못하게 해놓고 애 낳으라니…’ 여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정부가 인식하고 답을 마련해야 합니다.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에 부담이 없도록 하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또 이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얽혀서 아름다운 교향악처럼 모두의 박자가 잘 맞아야 되는 겁니다. 합계출산율 올리기, 결단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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