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몇 시쯤 오실 예정이신가요?”“10시 10분쯤 도착할 것 같네요.”20년 된 보이청차와 15년 된 보이숙차를 우려서 책과 함께 종이가방에 챙겨갔다.집앞 문고리에는 종이가방이 걸려 있었다. 집에 와 열어보니 도안놀이 기구 2개 외에도 대한민국 지도 퍼즐, 한과와 차 몇 개 그리고 연필까지 담겨 있었다.연필이 담긴 지퍼백에는 깨알 같은 글씨의 서신이 들어 있었다.‘연필을 사용하면 사각거리는 소리와나무향이 좋아서 힐링이 되더라구요. 경험을 나누고파 동봉합니다.책 읽은 후 한 줄 독후감을 써보는 경험은 어떨까요?’내 선물을 확인한 그녀는 이렇게 답신을 주었다.“헉! 작가님이셨군요. 이런 놀라운 일이! 소중하게 읽어보겠습니다. 상상도 못했네요.”“글쓰기가 좋아서 글을 쓰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 책에도 보이차 이야기가 수 편 있습니다. 오늘 제가 선물한 보이차는 보이차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것 2종입니다.”“<보통 글밥> 한번 보시고 한 줄 감상주셔도 되요. 궁금한 것들 물어도 되고요.”얼마 후 서문을 읽고 분홍펜으로 밑줄 그은 사진 넉 장과 함께 답장이 왔다.“다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운동가기 전에 조금 읽어봤는데 벌써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정에, 그리고 글로 쓰이지 않은 부분까지 공감하면서 읽은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대한민국에서 글 잘 쓴다는 대선배님들도, 언론계 선배님들도 무튼 인정한 책입니다. 도움이 되시리라 봅니다.”“향수, 와인, 책. 저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어렵지만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너무도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주변에, 제 손이 닿는 곳마다 행복을 나눠주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어요. +보이차 마셔봤는데, 혀에 떫은 게 느껴져야 할 것 같은데 느껴지지 않고 빠르지만 느리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이 새로움! 매우 중독성이 있네요. 이따 부모님 오시면 보이청차를 따뜻하게도 마셔봐야겠어요.”“좋죠!”오늘 [글밥]은 마음씨가 예쁜 이웃 아파트 여대생과 대화창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성한 것이다. 제목을 생기(生氣)로 달았는데, 문자 그대로 ‘싱싱한 기운’ ‘힘찬 기운’ ‘맑은 기운’을 뜻한다. 생기는 본디 산뜻한 사람과 산뜻한 사람이 만나 주고받는 기운에 샘솟는 것이다. 나는 내 보이차 스승 양보석 선생님과 함께 할 때 가장 세고 좋은 생기를 받는다. 또 지난달 우리 라온이 바론이 학예발표회에 가서 아주 큰 생기를 얻고 왔다. 아이들의 싱싱한 몸놀림은 언제나 좋은 기운을 준다.오늘 나는 이 여대생에게 말했다.‘뒷날 우리 아이들 과외선생님이 될지도 모르잖아요’라고.우리 라온이 바론이 과외선생님의 자격 1순위는 ‘밝고 맑은 마음씨를 가진 독서력이 만만찮은 대학생’이면 좋겠다.집사람에게 이 여대생이 준 선물 사진을 카톡으로 보여주며 농반진반으로 말했다.“우리 라온이 예비 괴외선생 노00 님 선물.^^”[글밥] 손님 모두 새해에는 이 같은 생기 넘치는 경험을 자주 갖으시길!/심보통 20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