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아이고, 어떻게 보살님 표정이 그렇게 밝아지셨습니까?” 며느님이 잘해주시나 봅니다.”하고 먼저 인사를 하자 “예, 스님 며느리가 아주 잘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보살님 말씀이 무조건 집에 가서 며느리가 아무리 불쾌한 표정을 짓고, 퉁명스럽게 말을 해도 부드럽게 “어미야!”하고 부르고, 매일 한두 번씩 칭찬을 해 주었답니다. “오늘 찌개가 참 맛있구나. 뒷집 영미할미도 불러서 맛보게 하면 좋겠다.”, “네가 지난번에 심은 나무에 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구나.”, “이젠 내가 다시 살림을 해도 너처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늙어서 며느리 밥을 먹고 사는 나는 복이 많기도 하지.”하면서 매일 칭찬을 했답니다.처음에 며느리가 “절에 가서 뭐 잘못 먹고 오셨어요? 돌아가실 때가 되면 마음이 변한다고 하긴 하는데 멀쩡하신 분이 왜 그러세요? 그전처럼 사세요. 그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살다가 속병 들었다고 나중에 나만 원망하지 말고.”하면서 진심을 받아주지 않으려고 했답니다. 그래도 계속 “그래, 절에 가서 생각해보니 너처럼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지. 워낙 없는 집으로 시집와서 고생하다보니 네 성격이 거칠어진 것이라고 생각되어 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네가 그러는 것은 다 내가 친정엄마처럼 편해서 그런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우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고부간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면서 계속 부드러운 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렇게 두 달쯤 지나자 며느리가 상냥해지고 부드러워지더랍니다. 그래서 노보살님은 며느리에게 조용히 가르침을 주었답니다. “어미야, 살림이 비록 구차하지만 네 마음만은 절대로 구차해지면 안된다. 네가 마음을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우리 식구들이 달라진단다. 네가 계속 짜증을 내면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결국 네가 나중에 늙어서 힘들어진다. 그리고 네가 남편에게 밝은 표정을 지어야 남편이 직장에서 힘을 얻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단다. 그래야 애비가 승진도 하고 돈을 잘 벌지 않겠니? 살림 형편이 좋아지도록 만들고 싶으면 우선 네 표정부터, 말투부터 밝게 갖도록 해라. 절에 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어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면 내게 모두 짜증 부리고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되도록 좋은 표정을 지어주어라. 내가 사는 날까지는 무조건 네 편이 되어주마.”그러자 며느리가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고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상냥하게 대해 아주 화목해졌다고 합니다.그렇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이 어떠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노보살님은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분이었고, 자신의 자비로움으로 남의 마음까지 자비롭게 만드는 지혜를 갖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집에 자비가 넘치게 되고, 자비가 넘치니 보살의 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만약에 노보살님이 죽는 날까지 꽁한 마음을 풀지 않고 그대로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선 본인이 건강하지 못하고 불행했을 것입니다. 투덜대는 며느리에게서 밥을 얻어 먹고 사는데 건강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계속 투덜대는 것을 보고 싸우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본인이 마음을 지혜롭게 바꾸니 우선 본인이 먼저 건강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둘째로 노보살님이 지혜롭지 못했다면 며느리의 성격이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보살님 말씀대로 어찌 보면 한 가정에 있어서 중요한 사람은 노인인 것 같지만, 가정경영과 후세의 행복까지를 생각해 보면 며느리의 위치와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사람이 늘 부정적인 생각과 짜증과 퉁명스러움으로 산다면 가정이 행복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노보살님의 노력으로 며느리의 성격까지 바뀌게 된 것은 가정의 장래와 행복을 위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셋째로 노보살님이 너그럽지 못했다면 아들과 손자, 손녀들도 모두 불행했을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