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13)마치 교미 후와 교미 전의 대하는 태도가 확연한 양상을 띠는 사마귀처럼 수피아는 냉랭해져 버렸다. 육식성이 매우 강한 사마귀 암컷은 교미 전 수컷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대부분 수컷의 머리부터 통째로 뜯어 먹어버린다고 한다. 생식기와 머리가 각기 다른 명령을 내리기에 교미에 집중하지 못하는, 머리를 공격해서 만족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삼는 것이다. 지속적이며 반사적인 교미 행동은 머리가 없는 생식기만으로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다고 어디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한 번의 섹스가 끝나고 무언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그녀는 마사지라는 명목으로 더욱 강하게 밀착해왔다. 고개 숙이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집중적인 포화를 쏟아놓는 손길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른 생각의 차단은 물론이거니와 오직 남자의 몸집 키우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에서 왠지 감동스럽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수피아의 혀가 온몸을 얼어붙게 했고, 젖가슴이 온몸을 뜨겁게 훑으며 지나다녔다. 집안이 온통 출렁거리도록 야수로 변신을 꾀했지만, 약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2라운드가 끝나버렸다. 그래도 사정을 하고 섹스 뒤끝을 은근히 음미하고 있었다. 수피아가 냉랭해진 시점은 아마 거기였다고 생각되었다. 뭔가 소기의 목적을 얻은 만족감은 있었지만 그보다 귀찮게 느껴진 존재와 분리되고 싶다는 표정이 더 읽혀졌다. 처음에는 질 좋은 섹스를 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지만,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관계는 애초부터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만약 사마귀라면 당연하게 머리부터 잡아먹을 냉랭함으로, 섹스 후에 자동으로 완전무장한 꼴이었다. 더 있다가는 어떤 문전박대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일지 몰라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빠져나오기에 바빴다. 목적을 취한 후 병적으로 보일 만큼, 온도차가 너무 심해 투명인간 대접을 받을 우려가 컸다. 다만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아오면서 그런 온도차가 자기만의 방어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아무도 믿지 못할 세상에 대한 거친 포효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이해해 주려고 노력했다. 아니면 칠십을 향해가는 나이에 의도치 않는 상처로 난, 절망을 차단하는 배수진으로 읽어달라고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수피아를 잊고 싶었다.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집에 돌아와 다시 일상 속에 파묻혔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경험이나 그에 따른 기억이나 사람마다 다른 무게로 다가오겠지만, 날이 갈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이라 표현했지만 이 감정을 정확하게 도마 위에 올릴 순 없었다. 그래서 다듬을 수 없어서 요리가 불가능했다. 궁금증이라 해야 할지 미련이라 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저림 현상이, 한 번씩 불시에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다녀가고 있었다. 수피아의 소원대로 정자와 난자의 만남과 착상이 제대로 성사가 되었을까. 그렇다면 내게도 무한한 책임을 질 아빠의 위치가 아닌가. 이대로 모른 척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져보니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기에 충분히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러나 선뜻 수피아를 방문하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날, 그녀의 냉랭함이 얼마나 온기가 없고 차가웠는지 기억한다면 충분히 내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홀로 적막 속에 갇혀 있던 수피아의 집을 떠올리면 더욱 움츠려들었다. 일제 치하에 지어져 고스란히 세월의 폭격을 맞아 어디선가 금가는 소리가 항시 나던 그 집에서, 수피아가 임신을 꿈꾸고 있는 것이 얼마나 언밸런스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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