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고부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실망을 했을 것이며, 그 모든 것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얼마나 한탄을 하며 살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직장 생활을 잘 할 수 있었을까요?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짜증내는 어머니를 보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혹시 공부를 잘했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와서 남을 생각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이처럼 노보살님의 자비행과 지혜가 가정을 위해, 사회를 위해, 미래를 위해 얼마나 큰 일을 한 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이렇게 시어머니의 지혜로 행복을 찾은 가정이 있고, 며느리의 지혜로 행복을 찾은 가정도 있습니다.어느 날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온 여인이 절에 왔습니다. 남편하고 문제가 있어 이혼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게 된 여인이었습니다. 그 여인의 말에 의하면 시어머니가 “너는 친정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운 거야? 네 엄마는 이런 것도 안 가르쳐 주고 딸을 시집을 보냈니? 그 집안 가히 알만하다.”고 부터 시작해서 “네가 대학을 나왔다고 유세하나 본데 살림 잘하는 것이 며느리가 할 일이지 학벌 좋은 것이 며느리의 역할이 아니야, 도대체 네가 잘난 척하는 대학에서 가르친 것이 뭐니? 배웠으면 배운 값을 해야지, 도대체 이게 뭐야” 등등 하루도 빠짐없이 인신공격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시금치를 소금에 무치면, 고추장에 무치는 것이라고 하고, 콩나물을 무치면 국이나 끓이지 양념 아깝게 무쳤다고 하고, 생선을 튀기면 조려 먹는 것이 더 맛있는데 음식도 못한다고 하고, 세탁기에 빨래하면 젊은 애가 몸을 너무 아낀다고 하고, 청소기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비질을 하라고 하고, 첫 아들을 낳자 아들 낳은 유세하지 말라고 하고, 둘째로 딸을 낳자 너처럼 살림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하고, 생신날 선물대신 돈을 드리자 남들은 해외여행이니 효도관광이니 하는 것을 자식들이 보내준다는데 뭐냐고 하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로 괴로움을 당했다고 합니다. 괴로움을 당하다보니 도무지 존경할 수 없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인가, 다른 친구들은 시부모를 안 모시는 경우도 많던데, 왜 나만 이런 운명이 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점점 더 방종하게 되고, 어른에게 공손한 태도로 대하지 않게 되더랍니다. 결국 시어머니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시달리다가 이렇게 사느니 이혼해서 새 인생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그렇게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다가 찾아온 여인에게도 저는 업연을 설명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며칠 기도한 후 돌아갔는데 반년 뒤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왔더군요. 아주 반가웠습니다.반 년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이혼할 때 이혼하더라도 이 집안에서 얽힌 감정은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혼한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이 나중에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얼마나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간 날부터 무조건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그것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잘 배워서 나중에 저도 자식들에게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하였다고 합니다.시어머니가 처음엔 며느리의 달라진 태도를 보고 위자료를 많이 챙겨나가려고 여우짓을 떤다고 하더니, 차츰 진심을 알아주게 되었고, 지금은 남들에게 며느리가 착하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시어머니가 달라졌다고 합니다.‘실레지우스’라는 사람은 “가장 아름다운 지혜는 지나치게 영리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 여인이 혹독한 시어머니와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영리함 때문이 아니라 자비로운 마음이라는 아름다운 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화나는 것을 억지로 참기만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고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억지로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만 낳을 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