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대학입시에 관한 보고서 하나를 냈습니다. 제목이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입니다. 한국은행이 왜 다소 뜬금없는 교육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초저출산 현상이 생기고 장차 경제가 폭망한다는 연결구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청년세대들이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고용, 주거, 양육 등등)으로 결혼과 출산의 연기 내지는 포기로 이어진다는 분석이죠. 결국 저출산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마이너스 요인임을 강조한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가 학생의 잠재력보다 소득계층, 거주지역 같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주로 설명된다”며, 과도한 입시경쟁이 “저출산과 만혼,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 등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습니다. 이를 두고 수도권에선 참을성 없이 ‘강남 역차별’ 등의 반대론이 일기도 했지요.한국은행 총재는 ‘강남 역차별’ 등 일부 반대론에 대해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전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도 모든 대학이 여러 지역 학생을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뽑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현재 각 대학이 지역선발제를 20% 정도 하고 있는데, 그 정도 수준에서 문제 해결이 안되니까 크게 보자는 각도에서 (보고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또 “저희는 기본적으로 강남에 사시는 부모님들께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아이를 6살 때부터 학원을 보내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의 요구를 달성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중간에 달성 못한 아이한텐 평생 짐을 지운 것으로,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아울러 “’왜 교육 전문도 아닌 한은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난도 듣지만, 저는 저희의 보고서에 자부심이 있다”면서 “교육 전문가들이 저희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서 이 나쁜 균형을 벗어날 수 있으면 당연히 저희 것보다 먼저 하시면 좋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본연의 일을 제쳐두고 이런 보고서를 냈다는 것에는 뭔가 답답함이 있으니 그랬겠죠. 그게 뭘까요. 한마디로 수도권 집중화에 6살부터 학원가는 불행함을 깨야 무엇보다 출산율이 크게 오른다고 보는 겁니다.과거 우리는 노력 여하에 따라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역동적이던 개천 용 사회가 어쩌다 이런 세습 사회가 됐냐!”는 자조 섞인 소리를 들을만큼 계층 이동 사다리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금수저가 아닌 사람이 계층 상향 이동이나 신분 상승시키는 일이 그다지 쉽지 않은 사회라는 뜻입니다. 거기다 수도권 일극에 가진자들이 지배하는 사회.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대응 방안으로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습니다. 입시경쟁이 사회문제의 ‘원인’이니 일부 상위권대가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입학생을 선발하라는 겁니다. 공부 잘하면 무조건 의대와 로스쿨을 지망하고 저학력·저소득층은 투명인간 취급하는 오늘 대한민국. 이런 나쁜 균형을 깨기 위한 것이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입니다. 그러면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교육이 양극화되는 현상을 막고, 또 지역인재를 놓치는 현실을 완화할 수 있으며,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입시경쟁을 각 지역마다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주택가격 상승, 그로 인한 젊은이들의 만혼과 저출산 등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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