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봄부터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여름에는 산사태에 물난리를 겪으며 고운 단풍이 사라진 가을과 겨울엔 극강 한파와 폭설에 시달리는 환경을 원하십니까. 모두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인근에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총회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곧 중요한 숙제를 받아들 거라는 소식입니다. 재작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채택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총회는 당사국들이 제출한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분석해 GBF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일을 합니다. 개막식부터 급속한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과 생태계, 유전자의 다양성을 말합니다. 세계 각국은 1993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데, 무려 196개국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왜 중요할까요.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고리를 맺고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어서 하나의 종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다 무너집니다. GBF는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이 높은 중요지역 손실을 제로화하고 전 지구의 3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설정하며, 이미 훼손된 육지·해양 생태계를 30% 이상 복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도 여기 맞춰서 작년에 ‘제5차 생물다양성전략’을 내놨습니다. 안을 보면 현재 약 18%에 불과한 우리의 보호·자연 공존지역을 2030년까지 30%까지 늘리려 합니다. 또 2027년까지 자연환경이 심하게 훼손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복원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우수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 허브를 기존 3개에서 2026년 10개까지 늘려 생태관광도 활성화하겠다는 겁니다.우리나라의 예상 점수는 어느 정도일까요. ‘좋은 점수 기대하긴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먼저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의 과제처럼 대충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태도라는 겁니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중요 원인이 뭔지,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모호합니다. 또 육지나 해양 보호구역을 어떻게 30%까지 끌어올릴 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예산 확보도 말썽입니다. 보호지역을 늘리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예산을 어디서 얼만큼 끌어올 건지, 언제까지 마련할 건지 아무것도 구체적 계획이 없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의 실천방안입니다. 우리 가까이만 봐도 너무 많은 자연을 훼손해 놓고 있습니다. 도로 낸다고 산을 자르고, 공기 좋은데 살려고 산허리 잘라 거기다 집을 짓습니다. 그러니 동식물은 살 데를 잃고 사람들은 산사태를 피할 수 없습니다.우리 편하고 즐거우려고 산에 케이블카 설치하고, 수해 방지한다고 댐 건설한다지만 그에 따른 피해가 적지않고, 훼손된 자연을 다시 복원하는 일은 파괴보다 돈도 시간도 훨씬 더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환경영향평가는 짜여진 프레임대로 하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마치 환경의식 없이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려 기후위기를 자초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한 일이라지만 결국엔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로 가는 꼴입니다. 전문가들은 약 200만 종의 지구 생물 중 15만~26만 종이 사라져 7.5~13%가 멸종이 진행된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래도 위기의 심각성을 모르고 개선책도 없이, 지구를 지키려는 의지마저 없다면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는 뻔합니다. 이대로 모두 함께 공멸의 슬픈 궤도를 가야하는 걸까요. 이번 총회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어서,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일이 우리와 우리 후손, 그리고 지역과 나라, 지구를 살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