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 삶 곳곳이 ‘저강도 내전 상태’나 비슷한 양상입니다. 정치계는 물론, 우리가 먹고, 말하고, 일하는 생활세계 도처에도 지루한 전쟁이 매일같이 펼쳐집니다. 그 배경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욕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누구나 욕심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개인의 지나친 욕심이 집단사회 공동의 이익 앞에서는 누구도 힘과 권위로 그것을 압도할 수 없습니다. 굳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외국 격언을 떠올리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때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침해당할 수도 있는 것이 순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때 ‘순하다’는 것은 미덕이 아닐 뿐더러 악착같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호구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주인임을 놓는 순간 애써 지켜온 민주주의는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굴종과 착취의 역사로 귀결됩니다. 힘과 돈이 없는 사람들은 똘똘 뭉쳐야 힘있고 돈 많은 사람과 대응할 수 있습니다. 평온하던 마을에 축사가 하나 둘 들어서드니 어느새 마을을 뒤덮을 것처럼 둘러싸는 지경이 됐습니다. 축산 분뇨의 악취는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분뇨에 들끓는 파리, 모기 등 해충들이 집안으로 날아들고 냄새는 머리를 지끈하게 합니다. 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호소하는데도 업자는 아랑곳없이 규모 늘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과 금쪽같은 손자, 손녀들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는 냄새 때문에 가기 싫다는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민원을 제기하고 집단으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처음엔 면사무소에 이야기 했다가 마침내 시장실도 찾았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민원조정위원회를 통해 불허가 처분도 받아냈습니다. 일이 하나 해결됐다고 끝이 아닙니다. 고민거리는 늘 던져지게 돼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삶의 과정입니다. 행정심판을 통해 사용 승인을 받아온 업자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재미를 본 업자는 보란듯이 또다시 확장에 나섭니다. 아쉽지만 한숨을 돌렸던 주민들은 아연실색합니다. 아무리 농사일에 바빠도 당차게 맞대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절대 안 됩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축사만해도 감당이 안되는데 이대로 뒀다가는 온동네가 야금야금 축사로 둘러쌓여 뒤덮히고 말 것입니다. 동네 주민이 핫바지도 아니고 한번 아니라면 그만해야지 이건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공무원이 이를 잘 파악해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이 사실을 안 마을 주민들은 황급히 모여 ‘결사 반대’ 뜻을 모았습니다. 다행히 담당 공무원은 ‘마을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면 허가는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요구가 요구로만 그치고, 한바탕 모래 바람처럼 일다가 가라앉는다면 사실 헛헛함만 더해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상 패배의식과 피해의식만 쌓여 주민 한사람 한사람은 물론 마을 전체를 우울증에 빠지게 할 지 모릅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민주주의 시대에 백성이 주인이라는 말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돈없고 힘없는 사람은 주인임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장 표명을 하고 직접 행동에 나설 때 단단하던 권력과 자본에 균열이 생기고 변화는 시작됩니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귀한 삶의 터전이기에 지켜야 하는 겁니다.다수 주민이 바라는 것에 반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독재에 다름 아닙니다. 영천에 400개가 넘는 마을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진리. 우리가 주인이니 함께 모이고  우리의 바람과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옳곧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주민의 뜻에 반하는 탁상행정이나 거꾸로 행정도 경계해야 합니다. ‘위민행정’을 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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