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감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지난 5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서 실효적이고 종합적인 저출생·고령화 대책 추진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뜻입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정책분야로 선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과연 필요한가 생각해 봅니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것이 있고,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쪽에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들이 있는데, 왜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가 물어 봅니다. 이런 경우 속된 말로 가장 뽀대나는 표현으로 말하면 (약간의 냉소적인 말투를 섞어) ‘중요한 것은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라고 말하겠습니다. 더 확실한 표현으로는 ‘지금까지 담당 조직과 정책이 없어서 이 지경 되었는가, 조직만 새로 만들면 잘 된다는 보장이 있나, 중요한 것은 부서 신설이 아니라 담당자들이 문제를 얼마나 진정성있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 제대로 정책을 해보려는 의지가 있느냐다’처럼 말하면 됩니다.당연히 우리 가야할 길에 바위처럼 놓인 저출생 문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골칫덩이는 맞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밀어붙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까지만 봐도 얼마나 많은 돈을 갖다 퍼부었으며, 그 결과는 무어냐고 묻고 싶네요. 저출산은 젊은이들이 가진 혼인과 출산에 관한 개인 선택의 문제이고, 그를 위한 사회 전반의 여건·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토목건설 사업과는 달라서, 설사 정책이 효과를 보더라도 출생률 반등은 물 흐르듯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진행됩니다. 그러니 담당부처를 새로 만든다고 해도 수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기존대로 내버려둬도 되느냐는 것이겠죠.그래서 ‘기존 조직 구조를 유지할 때’와 ‘새롭게 만들었을 때’ 어느 쪽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낫겠는가를 냉정히 판단해 봐야 합니다. 조직의 목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예로 회계과는 회계 업무에 전념하고 교통행정과는 교통업무 전반에 전념합니다. 인구감소 대응을 임무로 하는 조직이 만들어지면 그 조직은 거기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기존의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임무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고 인구감소 대응 자체는 아니라서 업무 집중의 강도가 현재로서는 전혀 다릅니다. 물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감소 대응이 주임무이지만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권유나 하는거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요. 전담부처를 만든다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행보다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말하라면 ‘필요하다’입니다.저출생 관련 사업을 인구 전담부처가 담당하면 좀 더 효과적일 것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출생 관련 사업은 매우 광범위한데, 그중 몇개만 가져와서 거기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소홀하게 될까 걱정스럽네요. 인구 정책을 기획하고, 관련부처 간에 조정하며, 평가해 피드백하는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예산권이 꼭 필요합니다. 매사가 그렇듯 돈줄을 쥐어야 기획이든 조정이든 평가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산 편성은 기획재정부 권한입니다. 연구개발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합니다. 마찬가지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관련 예산을 인구전략기획부가 주도해 인구와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부처끼리의 협업으로 조직이 잘 돌아가는 기계처럼 작동해 저출생 극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족이지만 구조 개편을 할려는 기관 단체에도 적용되는 하나의 예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