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19)한차례 격정의 시간을 넘기고 가슴에 얼굴을 묻은 수피아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져 입 밖으로 내뱉을 때, 간지럼 먹히듯 들숨과 날숨이 가슴에서 꼼지락거렸다. 그 느낌은 상당하게 자극되어 말초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근육이 말려들 듯 약간씩 움찔거리며 기분 좋게 귀를 활짝 열어두었다. 거기다가 손가락 끝으로 감질나게 다녀가는 터치는 최상이었다. 쉽게 그녀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육체적인 결합은 반드시 임신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임신에 골몰하다보면 섹스가 의무 쪽으로 옮겨가게 되고, 오르가즘도 뒷전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성과가 있었나하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어요. 자연스럽게 임신이 된다면 받아들이고, 임신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면서 삶의 활력소처럼 충실하고 싶어요.”“길에서 주운 해골을 집안으로 들여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워. 하긴 사람들마다 판단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신선하다고 생각해. 해골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마 무궁무진할거야. 혼자 듣기에도 벅찬 이야기를 집안에서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듣는다고 생각하니, 좋은 쪽으로 소름이 돋을 것 같아. 나이스 삿, 수피아.”“아저씨는 분명 이해해주실 것 같았어요. 몇몇의 젊은 친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거나, 놀란 토끼눈으로 헤매기 일쑤였는데 이제야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 같네요. 그러면 이야기의 속도를 높여, 지하실 통로를 따라 만들어진 탐험1탄은 기억하고 계시죠? 이번에는 2탄을 들려드릴게요. 듣고 싶죠?”수피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목청껏 외쳤다. “듣고 싶습니다!”특급칭찬으로 수피아가 잇몸으로 귓밥을 잘근잘근 씹어주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뼈마디가 흐물흐물해지고 있었다. 약간의 신음도 새여 나왔다. 깡마른 여자의 세상에는 마음먹고 바깥 나가는, 한 달에 한번 아니면 두 번 정도가 전부였다. 그만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 사회불안장애라고 부르는 정신 질환으로 분류된 환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자신의 세계에 충실하려는 의도를, 결코 환자라며 공식적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다수의 세계만 인정하는 편협함에서 나온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졌다. 일반적으로 당혹감을 줄 수 있는 특정한 사회적 활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거나 피할 수 없는 경우 즉각적인 불안 반응을 보이는 질환은 곧 현관문을 닫아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물론 그런 진단을 받고부터 더욱 소심해지고 움츠려들었다고 생각 되어지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가령 집근처 산책정도는 매번 한 것도 같았는데 우울증에 따른 무력감이 쉽게 바깥으로 내몰지 못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과 어울리면 안 될 것 같은 기형적인 요소가 첨가된 느낌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그래서 더욱 맹렬하게 지하실 통로에 매달린 것도 같았다. 이정도의 단독주택이라면 으레껏 등장하는 지하실의 실체를 찾아 이 잡듯 뒤진 결과, 마침내 찾아내었을 때 환호는 요란했다. 깡마른 여자는 현관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횟수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지하실 통로로 외출은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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