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22)세상은 예견하지 못할 상황과 장면에 맞닥뜨리며, 무언가 시들지 않는 마음을 제공하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밟으면서 약간의 여유로운 틈새가 중심을 잃지 않게 해준다는 확신이 들었다. 깊이에 알맞게 꺼지는 모래바닥의 여유가 발바닥의 촉감으로 다가왔고, 앞으로 나가고 싶은 전진을 명명하고 있었다. 하찮다지만 그래서 모래라 생각되었던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뒤엎는 좋은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한발 한발에 힘을 가해 앞으로 나아갔다. 반딧불이가 퍼져나가고 강기슭을 둘레로 채 여물지 않은 갈대가 너풀거리고 있었다. 오줌이 마려웠고 주위를 한번 둘러본 깡마른 여자는 치마를 들어 올려 팬티를 내리고 주저앉았다. 순간 발끝이 저려왔지만 오줌은 거리낌 없이 퍼져나갔다. 자호천 물줄기 소리에 묻혀 오줌 누는 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다만 오줌줄기가 닿는 곳에 풍뎅이가 여섯 개의 다리를 곧추세우고 죽어있었다. 수명을 다했는지, 펼칠 날개를 잊었는지 알 수 없지만 딱딱한 죽음이 묘한 기분을 불러오고 있었다. 팬티를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풍뎅이를 지켜봤다. 만물의 생명체에게 주어지는 생명은 부인할 수 없는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험난한 시간이 배당되어도 각자의 테두리 안에서 꿈틀대는 요소는 종족번식을 위한 미래의 포석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마무리는 어쩌지 못할 연약한 자아성찰로 부딪히게 되었다. 생각을 하든지, 생각을 하지 못하든지 상관없이 오로지 육체와 영혼의 분리는 공평하고 타당할 것이다.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죽음 앞에서 그에 맞는 진화는 계속 된다고 믿고 싶었다. 깡마른 여자는 팬티를 올리면서 치마는 내렸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반딧불이 보다 더 큰 불빛이 만들어졌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났다. 만물의 영장이 만든 생명과 죽음은 고통스럽게 몰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과 작별하기 전에 도파민과 엔돌핀 수치가 최대한 집결되었다. 신체의 모든 상태가 닫혀있는 모양을 맞게 되며 편안한 최후를 약속해 주었다. 인간은 수용정도가 웃도는 도파민의 과다분비로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적혀있었다. 그렇다면 풍뎅이도 가능할까. 최후를 맞는데 있어서 틀림없이 만물의 영장은 공평하게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적어도 깡마른 여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벌렁, 뒤집혀있지만 하늘로 향한 여섯 개 다리는 결코 거침이 없었다. 당당했고 한 때 자호천 일대를 날아다니며 나무뿌리와 부식토를 먹으면서 힘을 길렀을 것이다. 연기를 잔뜩 입안에 물고 뺨을 부풀려 풍뎅이에게 온힘으로 불어주었다. 마치 매운 연기에 쿨럭 거리면서 깨어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모래사장을 벗어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조팝나무, 수양벚나무, 수박페페, 은행나무, 라일락나무, 앵도나무들이 팻말을 달고 조화로운 숲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부근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교사가 일일이 달아놓은 팻말의 이름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면, 알게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휘파람 소리도 절로 나왔다. 그것은 별빛과 달빛에 읽혀지는 즐거움이었다. 오늘은 숲길의 끝까지 가고 싶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여명의 시간이면 닿을 것 같았다. 그러면 돌아오는 길쯤에서 동트는 햇살을 만날 수 있는 기대감으로 사뭇 행복해질 것이다. 깡마른 여자는 상상만으로 초롱초롱한 별똥별을 품고.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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