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한 것은 나이에 대한 이해였다.시골에 내려와산지 어느새 일 년 반이 되었습니다. 첫 일 년의 시골 생활은 모든 것이 신기할 만큼 서툴렀고, 서툴렀기에 또 재미있었지요. 서울 태생이고 서울에서만 줄곧 살아왔고 친구들과 친척들도 모두 서울에 있는 사람으로서 첫시골 경험은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의 흥분과 열정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첫 경험이란 누구에게도 인상이 깊습니다.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에 첫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 느낌이 없는 세상의 많은 일들이 첫 경험을 하는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의 첫 경험 일 년을 기록한 칼럼집이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경험의 공유와 더불어 내가 원한 것은 나이에 대한 이해였답니다. 나이란 참 묘한 것이지요. 누구나 똑같이, 매년 나이 한 살씩 먹어 가는데 한번이라도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또, 누가 나이를 물어볼 때 평범하게 아무 저항 없이 제 나이를 대는 사람은 어린 아이를 제외하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도 나이를 이만큼 먹어서야 도리어 내 나이를 일 년 내내 절대 까먹지 말고 기억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는 ‘몇 살이더라?’ ‘좀 많아요.’ ‘글쎄, 왜 물어보는 건데요?’ 등등 내 나이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말입니다. 나이란 참 묘한 것이지요. 처음 귀촌하고 일 년이 지났을 때 내가 올해 칠순이니 죽을 때까지 몇 년 남았을까? 그때까지 무얼 하면서 살다 죽어야 죽을 때 행복할까?를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아니 처음이라면 그렇지만 환경이 바뀌니깐 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내가 지금 몇 살인지 흐리멍덩하게 알면 안되고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했지요. 재작년에 귀촌해서 두 해가 지나 이제 일흔 한살이 되었습니다. 만 나이로는 이제 일흔이지요. 익숙한 장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오면서 몸 건강, 마음 건강, 정신 건강을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아무리 건강했던 사람이더라도 노인이 되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모든 일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1.5배로 예상해서 준비하고 움직였습니다. 그러자 시간도 남고 힘도 조금 남고 즐거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농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이 들어감에 대한 느낌의 공유도 하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이 다이어리는 힘든 역경을 이겨낸 기록을 적은 것이 아닙니다. 이 다이어리는 변화에 대한 기록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을 적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젊은 독자들도 함께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으면 합니다. 그들도 언젠가는 나이 들어 갈테니까요. 칼럼을 처음 연재할 수 있게 해준 ‘투데이 코리아’ 민은경 대표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일 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 준 남편 이상무 전 농어촌공사 사장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창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해준 정종명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정 이사장님 덕분에 소설가로의 길을 느리게나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추천사를 써 주신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과 최기문 영천시 시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시골에 귀촌하려는 남자들은 많지만 여성들이 기피하는 원인을 파악해 보면서 귀촌의 즐거움을 나름대로 썼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귀농.귀촌하는 행복한 농산어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시골에서 노후를 살아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같이 보고 공감하기를 바라면서 엮은 이 글에 귀한 추천사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이 책을 아름답게 꾸며 주어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힘써 주신 농수축산신문사 전정희 사장님과 에치엔컴(주) 임동준 국장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내게 이글을 쓰도록 영감을 준 영천 추곡의 아름다운 자연과 주민들께 진정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2019년 정초 새벽에 추곡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