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많아 처음부터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말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건 가루약을 먹는 것보다도 더 싫었죠. 지금도 피할 수 없으면 미리 원고를 정리해 가서 컨닝처럼 코를 박고 읽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글 쓰는 사람의 말이 어째 저리 시원찮냐고. 어눌하고 딱딱해서 분위기 쎄하기 일쑤고, 옹졸하고 비겁해 뭐 조금 잘못한 게 있다 싶으면 연락 끊고 잠수 탑니다.그래서인지 뻔뻔한 사람이 ‘부럽다’고 여겼습니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남의 돈을 날름 해먹거나, 교묘한 방법으로 언론 길들이는 것도, 아랫사람에게 대신 글을 쓰게 해 자기 것인양 내놓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한 줌 권력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쓰는 멘탈갑의 승승장구는 그야말로 리스펙이지요. 비리와 탐욕이 들통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고운 자태를 지키는 사람이면 가히 존경 그 자체입니다. 한때는 두꺼운 얼굴에 연탄보다 시커먼 속을 탑재해 보려 ‘후흑학’이라는 책도 두어번 읽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어 쉬 바뀌질 않더라고요.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마음이야 사람이라면 누구에겐들 없겠습니까. 자기한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뻔뻔할 수 없습니다. 잘못 했어도 잘못이 없거나 타인이 모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뻔뻔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부끄러움이나 염치도 이미 공중 증발한 상태여야 합니다.뻔뻔함은 특히 얼굴에 다 드러나게 돼있습니다.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후안무치’나 ‘철면피’란 말을 보면 압니다. 거기다 ‘내로남불’이란 것도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는 표현이란 걸 보여주지요. 살다보면 왕왕 욕도 아깝고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뻔뻔스런 사람들 있지요. 최근 우리 인근 광역단체장의 거침없음과 자기합리화를 보면서 혀를 내두릅니다. 그 분의 면면을 익히 좀 알았지만 발등 찍히고 나니 울분이 터집니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가 영천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군부대 이전과 관련해 우리시와 상주·의성·칠곡군이 함께 최종 후보지를 대구시 말고 국방부가 결정하게 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할 때 군위군이 쏙 빠질 때 이미 감 잡아야 했습니다. 어떤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 말입죠. 칠곡처럼 진작에 발 빼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지만 그의 발언들이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니 더더욱 상실감과 함께 허탈함이 밀려옵니다. 국면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카드를 썼다는 의혹이 차고 넘칩니다.지난해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그는 이웃 지자체 주민들이 국토부가 제안한 민간활주로 안에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자 “억지 부리면 사업 자체를 못 한다”며 “사업의 원래 주체는 대구시”라고 강조하면서, 군위를 내준 경북의 통 큰 결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플랜B’를 들먹이며 대구시 단독 건설 의지를 밝히기 했습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문제를 가지고선 경북도민 전체를 우롱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받습니다.최근엔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있어도 눈 하나 깜짝임 없이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선을 긋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 합니다. 이러니 대구 지역 시민단체에서조차 시정이 사유화됐다는 비판을 해댑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뻔뻔해야 세상에서 살아 남는다는걸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단순히 뻔뻔함을 따라 배울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데 반면교사 정도로 활용해야 할 겁니다. 마음이야 역대급 뻔뻔함을 한수 배워 같이 검게 물들고 싶지만 그러면 세상이 혼탁해집니다. 그런 뻔뻔함을 넘어 진정성과 책임있는 행동으로 정도로 가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런 정직함과 선한 영향력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둘 때 희망차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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