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 복수초가 힘겹게 올라와 꽃망울을 터뜨리고 담벼락에 늘어진 영춘화도 마디마디 꽃을 달아가는 중이다. 황매와 산수유도 가지마다 자그마한 꽃송이로 그 자태를 자랑한다. 병아리마냥 여린 노랑색 꽃들은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다. 모진 추위를 겪은 터라 여리지만 당찬 모습이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일손을 더듬거리다보니 자연의 경이로움을 접하게 된다. 마음이 바쁘면 보아도 보이지 않을 것들이다. 두 눈 뜨고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인생이다. 이순(耳順)의 즈음에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는 것은 마음의 눈을 떠 온전한 자신을 살피라는 자연의 섭리일 터. 송익필 선생의 시 望月(망월)이 딱 나의 심정이다. 둥글지 않을 때는 둥글어짐 더디다 원망했는데[未圓常恨就圓遲] 둥글어진 뒤에는 어찌 그리도 쉬 이지러지는가[圓後如何易就虧] 한 달 서른 밤 중에 둥근 달은 단 하룻밤뿐이라[三十夜中圓一夜] 우리네 한평생 하려는 일들 모두 이와 같은 것을[百年心事摠如斯]서종락자는 주일이고 호는 성호이며 달성군 진의 후예로 대대로 청송에서 살면서 염치와 곧음과 효도와 우애로 고을과 이웃에서 칭송이 자자하였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날로 그릇됨을 보자 울적하고 걱정하는 기백이 있어 남석우와 더불어 고을의 포수(炮手)들과 함께 일어났다. 겉으로는 백성들을 괴롭히는 도적들을 제거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안으로는 나라를 위하여 적에 강력하게 항거한다는 생각으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였다. 종락은 죽음을 무릅쓸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길러 사방의 움직임을 엿보다가 1905년 을사 겨울 이한구와 인연이 되어 도찰사 정공의 기밀(機密) 사실을 전해 듣고 그가 데리고 있던 의사들과 함께 산남의진의 뒤를 따랐다. 의병을 모집하는 공로가 가장 많았다. 1906년 병오에 이한구가 바다를 인접한 곳으로 갔을 때 선봉장이 되었고, 1907년 정미에는 군복 준비로 고향으로 달려가 군복을 구입하던 중 입암에서의 패전이 있었다. 장수들 이하 여러 주요한 인물들이 모두 전사한 가운데 자신만이 혼자 살아남음에 대하여 스스로 한스럽게 여겼다. 고을의 사림들을 고취하여 의병진의 뒤를 도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엄공 또한 피해를 입자 종락은 스스로 살기를 도모하지 못해 고을 안의 신분이 높고 낮음과 고귀함과 미천함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봉기토록 하고 스스로 지휘관이 되어 그 진용들을 이끌었다. 한편으로는 의병과 군기를 모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싸우면서 최세한, 남석우 등과 함께 서로 간 향응(響應)해 나갔다. 그러다가 고와실 전투에서 패하고 나서 의병의 세력을 다시는 떨치지 못하고 끝내 진을 해산하고 종락은 제술계(濟術界)1)1) 제술계(濟術界) : 제는 구한다는 뜻이고 술은 기술을 말하는데,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6세기 초에 나온 중국 북위(北魏)의 종합 농업기술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을 줄여 제술이라고도 하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내용’이라는 의미이므로, 제술계는 ‘민생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련 분야의 직업’일 듯하다. 로 들어갔다. 당시의 당면한 문제들을 타개할 만한 사람을 구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원문〉  徐鍾洛은 字周一 號珹湖 達城君晉之后라 世居靑松而以廉直孝友로 有鄕里之稱하다 見時事日非하고 有鬱悒之氣하야 與南錫佑로 悉起邑證炮手하야 外名爲民除盜賊하고 內念爲國抗强敵하야 糾合同志하고 撫養死士하야 窺察四方動靜이러니 乙巳之冬에 因李韓久하야 聞鄭都察使公之機密事하고 率其衆往從之하니 召募之功이 最多矣러라 丙午之年에 李韓久往沿海時에 爲先鋒將하고 丁未之年에 以軍服準備로 歸鄕하야 求募之中에 有立巖之敗하야 將領以下諸要人이 俱爲戰沒하니 自恨身獨取全하고 鼓吹全軍士林하야 以輔陣後러니 未幾에 東广公이 又被害하니 自不謀生하고 與鄕內要人으로 悉起邑中尊卑貴賤하야 自領其衆하고 且募且戰하야 與崔世翰南錫球等으로 相互響應타가 有高臥室之敗하야 勢不復振而遂解衆하고 入濟術界하야 求得其人타가 未果而卒하다  <山南倡義誌 卷下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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