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하는 사람들 사이에 금물인 것이 ‘오버페이스’다. 자기 역량을 넘어 욕심에 도전하는 일이다. 성취감이 주는 도파민에 취해 속도를 내다가는 결국 걷지도 못하고 심하면 부상까지 오고 말아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자양면 충효2리에 설치 계획인 영천댐 상류지역 8개 마을의 오·폐수를 정화하는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삐걱대고 있다. 충효2리 544-5번지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마을 주민들이 접한 것이 2023년 10월이다. 혐오시설이라는 소식에 주민들은 펄쩍뛰며 득달같이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은 곧바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 장소를 우리 동네가 아닌 다른곳으로 옮겨 줄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영천시는 예산과 공기지연 등을 이유로 원래대로 사업을 시행할 것을 제시했고 주민들의 반대가 강해지자 피해보상 차원으로 처리장과 마을 공동창고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마을 수익사업이 가능토록 해달라는 주민들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에 양측은 지난해 10월 8개 마을의 낙동강 수계기금을 활용해 약 2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80Kw 정도의 발전량을 생산하는 태양광 시설 지원 사업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다른 마을로 전해지자 나머지 7개 마을에서는 수계기금을 충효2리만을 위해 쓰는데는 반대한다고 나섰다. 충효2리 주민들에게는 처리장 옥상 태양광 시설만이라도 7개 마을 주민들에게 양보하라고 중재에 나섰지만, 서로의 첨예한 주장이 갈등으로 발전하면서 일은 일그러졌고 답보 상태에 빠졌다. 여러 차례의 간담회와 중재, 그리고 설득에도 입장 차이만 보이며 양보하지 않자, 7개 마을 주민들은 결국 지난 2월 공사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통큰 양보심을 발휘해 절충안을 제시했다’거나 ‘수계기금으로 공사를 하면서 한 동네에서 수익금을 다 가지느냐’며 극심한 님비에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일로 정겹게 지내던 이웃 주민간에 하루아침에 눈 부라리고, 얼굴 붉히는 사이가 돼버려 통 큰 양보가 없는 한 공멸의 길을 갈 처지에 놓였다. 처리시설이 없었던 탓에 이 지역은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임에도 오·폐수가 그대로 댐에 유입되던 것과 모든 개발행위가 제한되던 것을 감안하면 시설 설치가 얼마나 시급했던가를 말해 준다. 그런데도 이 8개 마을의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업은 앞서 경제성 부족으로 영천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으나 최기문 시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설득해 2020년 환경부의 승인에 따라 하수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고 국고보조도 210여 억원 확보한 일이다.영천댐 준공 40년만에 어렵게 국비를 확보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 하는 사업인데 인근 주민들끼리의 욕심과 극심한 님비현상, 이기주의가 걸림돌이 되게 됐다. 영천시는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서로간 양보와 합의가 없으면 원래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과유불급, 상생의 길을 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