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암만 생각해도 골 때리는 나라입니다.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하고서도 싸움엔 끝이 없네요. 탄핵 찬반을 놓고 우리 사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이 이어지면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경천동지할 극단의 팬덤만이 활개를 칩니다.우리나라는 과거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렸습니다. 이방인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겠지요. 그런데 지금 꼴을 보면 ‘소란한 동방의 나라’가 됐습니다.프레임의 법칙이란게 있어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생각의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인 한 예입니다. 박 전 대통령측은 유 전 의원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웠고, 유 전 의원은 그에 대해 “100%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강조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원조 배신자로 낙인 찍힌데는 2015년 당시 여당 대표이던 유 전 의원이 국회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가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후 탄핵에도 찬성하면서 주군에게 칼을 꽂는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 들었지요. 그렇지만 유 전 의원은 당시 국민 대다수가 원하던 일로 살신성인의 자세였다는 해명을 내놓습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듯이 논리를 만들면 되는게 프레임의 법칙입니다. 지금 여당은 야당이 탄핵 남발과 무수한 특검 공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프레임이고, 야당은 줄탄핵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프레임입니다. 서로가 편이 나뉘어 물고 뜯고 싸웁니다. 눈만 뜨면 정쟁에 누구라도 하나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이지요. 여·야가 각자 내세우는 나름의 명분과 외침이 있긴 하나, 일촉즉발의 불안한 상황이 꼭 마주 보며 달려드는 폭주 기관차 같지요. 극으로 치우친 논리와 팬덤은 서로의 지지층에게만 어필될 뿐, 대다수 국민들이 보기에는 역겹고 민망한 상황입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법 해석과 적용, 그리고 반응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네요. 정녕, 이런 정도의 정치 수준에 우리 미래를 맡겨도 되나 싶은 회의감만 깊어집니다. 가뜩이나 먹고사는 문제로 잔뜩 예민해져 있는 국민들을 상대로 해서는 안될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바람직한 위정자의 궁극 목표는 국민 행복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자원 빈국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면서 한가하기 짝이 없고 천하태평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긴장모드로 몰고 있는데도 이들은 오로지 하나, 권력을 향한 정쟁에만 올인입니다.더 웃기는 것은, 하나같이 국민, 국민하는데 정작 그렇게 느끼는 국민은 없다는 것. 자신들의 말과 행동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분칠을 해대도 과연 그렇게 바라보는 국민이 있을까요. 아이러니의 극치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국민이 매일 정치걱정, 나라걱정을 해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예측 불가능 반복되고 있습니다. 봄이고 다음 달이면 제22대 국회의원들이 배지를 단 지 1년입니다. 대화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동력입니다. 지난 겨울 동안 이어진 혼란을 일단락 짓고 대립과 갈등을 넘어 이제는 역사 앞에 제발 힘 좀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너지고 찌그러진 국격과 경제,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강한 회복력과 저력을 가진 민족입니다. 세계가 놀랄 강한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고 활기차고 역동적인 나라로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판의 절망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 통합 메시지와 비전을 내보여야 합니다. 다시 소리없이 강한 대한민국의 부활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라가 위기인데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요. 창문 시원하게 열어 신선한 봄 공기 한껏 들이마시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