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의 미래가 불투명한 시절입니다. 디지털은 이미 언론의 지배적인 환경이 돼버렸고, 우리는 지금 생성AI 시대까지 맞았습니다. 그 옛날 새벽에 배달되던 종이신문은 은은한 잉크 냄새와 종이 촉감을 신호로 하루의 반가움과 격려까지 구독자에게 전달해 주었지만 지금 신문은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많은 사람이 책과 종이신문을 던져버리고 스마트폰에 빠져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풍경을 보면 하나같이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고 있습니다. 종이책을 펴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만나면 신기해서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볼 정도입니다. 현대인 대부분은 디지털 미디어에 함몰되어 현실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이로 된 읽을거리는 우리에게 이런 폐해를 조금이나마 늦추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종이신문은 기사의 질적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독자의 사고를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힘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는 것은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불안감 속 ‘스타카토식’으로 띄엄띄엄 끊어 읽기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뜻이겠지요.인류 역사에서 21세기의 출발은 새로운 전환기였고,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개막됐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으로 급속하게 심화, 확장하는 디지털 전자문화는 인간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문명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세임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밀어내고 확장하는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여 사실을 기록하고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면서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문자문화 혹은 활자문화의 중심은 합리적인 사고입니다. 합리성은 주관적인 취향을 배제하고 시간의 경과를 두고 깊이 생각하기로부터 얻어집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들이 생산하는 정보는 상호 인과성을 상실한 채 순간적인 조각들로 디지털망을 부유합니다. 그것들은 한순간 반짝하면서 수신자의 흥분을 불러일으키고는 사라져 버립니다. 흥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텍스트보다 시각적인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지요.이미지가 주는 감각에 익숙해진 수용자는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힘을 키우지 못합니다. 진짜 같은 가짜가 미세먼지처럼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특히 가짜뉴스가 가득한 유튜브 같은 것은 진실을 찾으려면 합리적이고 복합적 사고의 힘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에게 책과 종이신문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책이나 종이신문이 미디어로서 과거의 지위와 영광을 회복하기는 이제 불가능해 보입니다. 시간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디지털 문화 역시 더욱더 가속화돼 지금은 AI시대입니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한 글을 쓰고 읽으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한 줄의 글을 쓰고 배달되어지는 종이신문을 읽는 것은 진실의 소중함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며, 상대의 허물을 확대하고 자기를 성찰하지 않는 기울어진 태도를 바로잡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기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일일 것입니다. 즉 디지털 미디어의 혼탁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봐야겠지요.지난 4일이 신문의 날이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종이 매체가 부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들리긴 합니다. 나는 오늘도 종이신문에 활자화될 숙성된 재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지난한 일이 헛수고가 아니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공감해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읽을 기회가 없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 할 것입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1 10:52:58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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