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자락에 단체 방문객이 있었다. 이곳 경상도 출신인남편 친구 부부들 모임으로 이름이 ‘묵죽회’다. 처음 사람들이 그 이름을 들으면 대나무 숲길 사이로 풍기는 묵향을 연상하곤 한다. 그런 우아하고 고상한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도 정작 명명의 연유를 들으면 그만 가가대소 하고 만다. ‘묵고 죽 자!’ 이 강령의 첫머리를 딴 이름이기 때문이다. 모임의 내용도 매번 이름에 어울릴 만큼 알차다. 이번에는 바비큐로 굽기 좋게 도톰하게 자른 돼지고기 삼겹살을 사 와 새우와 소시지, 단호박, 양파, 가지 등과 같이 구웠다. 밥반찬으로 풋채소 겉절이에 몇 가지 나물까지 즉석에서 무치고 야외 화덕에 걸어둔 무쇠 솥에는 소고기국까지 끓였다. 이 곳에 내려와서 첫 번째 숙박 손님인데다 야외에서 이 모든 활동을 하니 손님들이 전부 하겠다고 해도 주인장이 쉴 수는 없는 일. 내가 생각해도 직접 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것저것 심부름하다 보니 갑자기 오른쪽 무릎이 덜컥 꺾이면서 주저앉고 말았다.아이고!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어날 수도 없다. 처음엔 혼잡해서 사람들이 몰랐다가 주인장이 꼼짝 못하고 있으니 알아채고 모두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일단 방에 들어가 쉬었다. 10분쯤 있다 보니 일어날 만했다. 호랑이 그려진 약을 아픈 오른쪽 무릎에 듬뿍 바른 뒤 답답하지만 참고 말로만 지휘를 했다. 덕분에(?) 일은 안 했지만 손님들에겐 미안하고 맘속에선 더럭 겁도 났다. 이렇게 아프다가 정말 일어나지도 못한다면?시골 내려가면 고생을 바가지로 할 거라던 서울 친구들 예언에 맞춰 주고 싶지 않았다. 바가지는커녕 재미만 있더라고 말해 주고 싶었고 사실로 그러했었는데.... 다행히 무릎이 아파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서로가 조언을 한 가지씩 해주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럴 듯한 것만 추려본다면,1. 자세가 올바르면 무릎이 안 아프다.2. 마사이족처럼 두 다리를 죽죽 펴고 뒤꿈치부터 땅에 딛는다. 넓적다리 뒤쪽이 죽죽 펴지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거기에 푸른 홍합이 들어간 뉴질랜드산 글루코사민을 먹어야 한다거나 연골에 좋은 검은깨, 연근, 고구마 등을 먹어야 한다느니 말들이 많았다.누워 있으면서 ‘효리의 민박집’을 보았는데 민박 손님에게는 아침 식사만 제공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아이유’ 같은 예쁜 직원도 하나 있고, 부러웠다. 한 끼만 준비한다면 민박집 할 만한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환성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 눈이 떠졌다.몇 시지? 휴대폰 시간은 12시 반. 밖으로 나와 보라는 손님들의 외침 소리에 무릎 통증도 까맣게 잊고 나가 보았다. 모두가 목을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검은 하늘에서 주먹만 한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날씨가 맑더니 밤하늘이 별천지가 된 것이다.크기가 주먹만 하다는 것이지 모두 뾰족뾰족했다. 별이 5각형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안 날이었다. 그 뾰족한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무서웠다. 50~60년 전쯤에 보던 별들이었다. 진짜 별들이구나 별이 저렇게 생겼었지. 그동안 별들은 그저 흐릿한 동그라미였을뿐이었다.영천이 ‘별빛촌’이라고 선전을 했어도 그건 그저 영천 보현산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저 별들을직접 망원경으로 본다면 얼마나 더 가슴이 떨릴까? 하지만 천문대에 가지 않아도 별들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 내가슴을노크하고 있었다.오늘 별빛촌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한 무리의 별님을 만났다. 다음엔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안녕, 별님!(2017년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