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33)여자커플은 어떻게든 깡마른 여자와 연관 지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야만 혼자에게 쏟아지는 집중포화를 분산시킨다는 계산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꼭 한마디씩 걸고 넘어졌다. 예를 들어 형사가 처음부터 두 분만 산책했느냐, 질문에 이 분이 증인이라고 대답했다. 곧바로 깡마른 여자에게 형사처럼 질문을 던졌다. 우리 보셨죠?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뭔가 개운하지 않는 느낌으로 고갯짓을 멈췄다. 혹시 형사의 의도는 다른데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가 어영부영 한 묶음으로 묶이는 것은 아닐까. “용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으로 오셨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알고 계시는 범위 안에서 가감 없이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여자커플을 수사 대기실로 보내고 서로를 분리시킨 뒤 한층 너그럽게 그녀를 대해주었다.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은 형사가 경직된 목소리로 통화를 끝냈다. “총 맞은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하네요. 백주대낮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건이 쉽게 일어날 수 있나. 쯧쯧. 김형사! 이 분 진술 받고 신분 확실하면 귀가 조치시켜. 난 애인과 동행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건너편에 앉은 김형사가 맞은편에 와서 앉았다. “범인을 보셨다고 하셨죠?”“범인인지 모르겠지만 강 저쪽으로 달아나는 남자를 보았어요.”“다른 사람은 총소리에 몸을 낮추어 살길을 찾으려고 했는데 왜 몸을 숨기지 않았나요? 위험에 노출되어 그만큼 표적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큰데도 말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범인을 식별할 수 있었지만.”참고인으로 부담을 느끼지 말라더니 어느새 어투가 취조조로 변해있었다. “누차 말씀 드리는 건데 어느 누구도 용의자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작은 실마리도 잡다보면 생각지도 않는 결말로 수확을 얻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 나쁘지 않으시죠?”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김형사는 추임새처럼 한마디 끼어 얹고는 약간 강도를 세게 조였다. “그 시각에 자호천은 왜 가셨나요? 여전히 총소리에 몸을 숙이지 못한 이유를 말씀안하시고 계시네요. 혹시 면식범인가요?”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있었다. 정말 그 시간에 왜 자호천으로 나갔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모호해졌다. “그것이 총소리인지, 어느 쪽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몸을 숙인다는 생각보다, 현실감이 들지 않는 이 상황에 맞닥뜨린 자신이 너무 놀라웠어요. 사실 전 매일이 무지하게 무료하고 심심했기 때문이었어요. 꼭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 자호천을 배회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숙일 이유가 없겠죠. 형사님도 이쯤에서 제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감이 오시나요?”김형사는 다급하게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건 정확히 기억하셔야 번거롭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범인의 인상착의는 어땠습니까?”깡마른 여자는 최면술 직전에 온 정신을 집중하듯 양미간을 찡그리며 기억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