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에 처음 살집을 마련하기로 했을때 우리 부부에게 고민 한가지가 있었다.앞글에서도 얘기했지만 고택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집을 돌보아 주셨던 친척 되는 아지매의 거처를 어떻게 할까 하하 것이었다. 자녀가 타지에 살고 있었지만 오랜기간 살아왔던 시골에서 계속살기를 원했던 아지매였기 때문이다.처음엔 고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해서 함께 살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한옥의 모습이 훼손되는 것이 안타까워 한옥은 그대로 보존하고 옆에 우리가 살 조그마한 집을 지으면서 그 옆에 아지매가 살 별채를 따로 짓기로 했다.한옥은 보존을 위해서만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 집만 새로 짓는 것이 죄송스러워 조상님들이 계시던 고택과 냇물 건너에 있는 침수정까지 꼼꼼히 살펴보니 손 봐야할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축 2동에 수리 2동 합하여 총 건축비가 초기 예상보다 엄청나게 초과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얼마가 들지 가능이 안 됐다. 모든 걸 최소화, 최적화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우고 우리 집 22평, 별채 8평의 집을 설계했다.모든 건축이 끝날 동안 아지매는 자녀들의 집에 가는 것을 마다하고 마을 회관에서 숙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공을 기다리는 동안 병이 심해져서 자녀들이 요양원으로 모셔 가고 말았다. 집이 다 된 후 아지매가 한번 별채인 관리 동을 방문했다. “여기에 살아보고 싶었는데……”우리가 새 집에 사는 동안 여덟 평짜리 그 관리동은 찾아오는 손님들에 의해 자연스레 게스트 하우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 집에 손님맞이 별채가 생긴 것이다. 혼자 살 아지매를 위해 만든 편의 시설에 많은 손님들이 방문해서 편하게 쉬게 되었다. 손님들은 고택에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문 하나를 닫고 갈색 블라인드를 내리면 그렇게 포근하고 아늑할 수가 없다. 나 자신 가끔 그쪽으로 가서 쉬기도 한다. 지대가 낮아서 바닥에 누우면 하늘이 더 넓게 팔을 벌리고 다가온다. 뜻하지 않게 우리 품으로 들어온 그 게스트 하우스를 우린 무궁화 하우스라 부르기로 했다. 그곳 마당에 한 그루의 무궁화도 아직 없는데 이름부터 얻게 된 것이다.사실인즉 우리 부부는 전부터 무궁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 꽃인데 귀하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을 뿐 아니라 주변에 별로 보이지도 않는다. 진딧물이 많이 꾀인다는 좋지 않은 평과 함께 새로운 국화를 선정해야 한다며 개나리니 진달래를 천거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둘러보아도 무궁화만큼 의젓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꽃나무도 흔치 않다. 꽃도 중요하지만 나무 수형도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무궁화가 국화가 된 연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애국가가 만들어질 때부터 자연발생적으로 국화가 되었다는 설이 많다. 그렇다면 그 당시 나라 곳곳에 무궁화가 많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자신이 스스로 무궁화를 홀대하고 많이 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는 일본인들이 우리가 자부심을 갖지 못하도록 무궁화에 대해서 나쁜 인상을 심어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서울 살 때부터 가끔 이곳에 내려와 침수정 주변에 무궁화를 심었지만 돌보아 주지 못해서 그런지 반도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깝다. 영천에 내려온 우리 부부가 이곳에서 이루고싶은 꿈이라면 이 추곡 길을 온통 무궁화 동산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침수정 주변에 아직도 자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스무 남짓 무궁화와 아울러 이 마을 어디서나 무궁화를 볼 수 있게하고 싶다. 마음이 있는 곳에 길이 생기지 않을까? 무궁화 하우스 방바닥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30년 동안 고택에 살면서 집을 돌보아 주신 아지매의 얼굴이 떠오른다. 덕분에 좋은 집을 갖게 되었다. 무궁화 하우스란 이름에 걸맞게 온갖 종류의 무궁화가 만발할 이름 그대로의 무궁화 하우스를 그려본다.보고 싶어요, 아지매! (2017년 10월 23일)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7-01 16:45:42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