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이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별장을 직접 가지는 것보다 좋다.’가끔 우리는 위의 경구로 여러 경우를 착각한다.내 친구들이 영천에 내려오기로 결정한 것은 내 시골집이 별장 정도는 되리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총원 21명의 여고 동창생들이 한날 한시에 친구의 시골집을 방문했으니 말이다. 그날 영천의 버스터미널에 캐리어를 미고 끌면서 내리는 한 부대의 아주머니(아마 할머니?)들을 보고 터미널 관계자는 영천 신문에 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그건 정말 나에게도 영광이고 경사였다. 하지만 그 대부대를 어떻게 잘 대접할 수 있지? 하는 걱정이 앞을 가로막았다. 여행이 진정 행복한 것은 준비할 때라고 누가 말했던가? 나에게도 걱정은 친구들이 막상 영천 터미널에 내릴 때까지였다. 친구들을 끌어안고 반가워하면서 고민은 저만치 사라져 버렸다. 모든 일이 잘 될 거야.“서로 겹쳐서라도 너의 집에서 잘 테야”라고 친구들은 이미 말했다. 징헌 것들!하나하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은 가끔씩 만나는 동창생들이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10년 동안이나 같이 뒹굴던 친구들이다. 여고를 졸업한 뒤 40년, 우리의 공동 회갑연에서 만나 무용단을 결성한 후 자칭타칭 ‘까투리 무용단’이란 이름을 얻었다. 무용을 연습해서 대중 앞에 첫 공연을 나간 곡이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로 시작하는 ‘까투리 타령’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수없이 많은 공연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아마추어 무용단의 단원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 동안의 사연들이 얼마나 많겠는가?누구 성질이 어떻고 버릇이 어떻고 공연 때는 꼭 앞에 서야 직정이 풀린다든가, 인심이 좋아 친구들에게 한턱을 잘 낸다든가, 샘이 많은 편이라든가 하는 것까지 서로 다 안다. 처음엔 노여워도 했고 가끔씩 아웅다웅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인정하고 지나간다.친구가 나이 들면서 변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질이 고약한 친구는 없는 편이다. 여행까지 같이 다닌 다음부터는 더 살뜰하게 서로를 챙기게 됐다.70이 된 친구들은 잘 먹고 잘 놀 줄 안다. 다행히 회비도 든든하게 적립해 두었으니 이참에 잘 먹자꾸나. 슈퍼에 들러 바비큐에 쓸 삼겹살도 사고 새우며 소시지도 샀다. 와인도 여러 병 준비했다. 설거지 안 해도 되게 이번만 쓸 일회용 그릇들도 장만했다.남편은 가마솥에 국을 직접 끓여 아내 친구들을 대접하고 싶다던 바람대로 맛있는 국을 끓여 줬다.그런 잔치가 다시 없었다. 친구들은 정자에 둘러앉아 노래도 불렀고 춤도 췄다. 이야기도 하고 화투놀이에 천 원짜리도 오갔다. 고택과 무궁화 하우스에 친구들이 잠자리를 깔았다. 겹쳐서 자겠다고 하던 친구들 중 여덟 명이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허니문(?) 모텔로 갔다. 그래도, 그래도 대단하다.고택의 네 군데 잠자리에 두 명씩, 무궁화 하우스에 다섯 명이 잤다. 다행이다. 우리 집에서 열세 명을 숙박시켰으니,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그때 찍은 사진을 지금 다시 보면 사진마다 열 명씩 스무 명씩 가득하다. 누가 보면 수학 여행인 줄 알겠다. 활짝 웃는 얼굴들 위로 가을의 짙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배추밭도 보인다. 영천의 맑은 산수가 사진 곳곳에 배어 있다.삐지지 않고 오랜 세월을 같이한 친구들이 고맙다. 나이 들면 별것 아닌 일에도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이를 갈며 자취를 감추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 봐야 자신에게 별로 이득되는 점이 없을 텐데도.그러므로 지금도 건재하는 모든 모임에 존경을 바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우정에 대해서 건배!(2017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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