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병풍 뒤에 눕혀 놓고 며칠을 기다리며 영혼이 육신을 떠나가든지 아니면 다시 의식을 회복하든지 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보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요즘처럼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에게서 생으로 장기를 떼어낸다는 것은 전통적인 관습으로 볼 때 일부러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죽은 것도 억울하고 서러운데 그 몸을 도려내고 껍데기만 묻는다는 것은 차마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틀린 의식이다” 혹은 “구태의 한 생각이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을 수 없고, 또한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라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에 이를 것이므로 죽음을 준비하는 지금의 나 자신입니다.“죽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 죽지 않을 수는 없을까?’“오래 살 수만 있다면 되도록 어떻게 해서든지 오래 살고 싶다. 죽는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하며 생명에 집착하다보면 정말로 아름답게 죽기가 어렵습니다.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우파차라라는 비구니가 성 안에서 걸식을 마치고 조용히 숲속에서 선정에 들었습니다. 그때 악마 파순은 부처님이 멀리 계시니 지금이야말로 저 비구니의 수행을 방해할 때라고 생각하고 말했습니다.“그대여, 저 좋은 하늘 어디라도 지금 네가 원을 세우면 가서 태어나리.”비구니는 이것이 악마가 방해하는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했습니다.“당신이 말한 그 하늘 뜻은 인연 따라 가는 곳이라.아직은 무상을 벗어나지 못하여 네 뜻대로 되리라.일체 모든 세간은 다 인연의 모임이요.일체 모든 세간은 흔들리는 법이다일체 모든 세간에서 괴로움의 불일이 타오르고일체 모든 세간이 연기와 먼지를 일으킨다.나는 이제 모든 욕망을 끊고 번뇌를 떠나일반을 중득하여 안락하게 사노라”즉 세상의 일이 인연의 모임이요, 생명도 인연입니다. 짧은 인연, 긴 인연, 굵은 인연, 가는 인연, 좁은 인연이 모두 업에 의해 맺어지는 것입니다. 생로병사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고통에 있어 무겁고 가볍고 하는 차이는 업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므로 오래 살겠다든지, 죽기 싫다든지 하는 마음으로 육신과 생에 집착하여 살기보다는 이 육신이 나와 인연이 있는 동안 욕망과 번뇌를 다스려 더 좋은 업을 짓고, 지정한 안락을 얻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죽음이 두려울 수 없고, 죽음 앞에서 비굴해지지도 않으며, 어떠한 죽음을 맞더라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끝까지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생과 육신에 집착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죽어도 편하지 않습니다. 욕망을 끊고 진정한 안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버림’에 있습니다. 즉 버릴 줄 알고 그 모든 것을 바라며 사는 사람은 욕망이 끊어졌으므로 진정으로 편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조금 더 호라발해질 수 있다”는 현실만을 보고 찬반 토론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식에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이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를 분명히 알고 취해야 합니다. 언젠가 벗어던져야 하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열 살밖에 안 되었던 한 아이가 악성 뇌종양 치료를 받으며 고통 받고 있을 때 가족들에게 장기 기능이 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가족들은 어린 아이가 별 말을 다 한다며 불길한 말을 하지 않도록 하였고, 그 당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어린 아이가 뇌사에 빠지고 나니 어린 마음에 마지막으로 생의 고통을 줄이고 좋은 일을 하고 싶었던 그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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