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열홀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영천 집으로 돌아왔다. 영천에서 살기 시작한 뒤 제일 먼저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집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하면 발걸음이 빨라진다는 것이다.빨리 가고 싶은 곳, 그곳이 영천이 되었다. 배추는 튼실하게 자라고 있고 가운데에는 결구까지 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끈으로 매어주어야 한다느니 말들을 할 정도로 큰 덩치가 되었다. 그런데 형님은 아직은 때가 아니란 말만 하고 가 버렸다. 마침 마실 오신 옆집 할머니가 배추를 일찍 매어주면 가운데가 열이 올라 뜨기 때문에 날이 추워야 묶어 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유를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농촌의 일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집에 감나무가 둘이 있는데 한 나무는 감이 거의 안 열려서 처음엔 감나무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딱 두 개 열렸다. 대조적으로 다른 나무는 빨간 감을 가득 매달고 있다. 옆집 분들이 감을 다 딴 후 긴 장대 두 종류를 빌려 주었다. 대나무로 만든 전통식 장대보다 알루미늄으로된 3단 작대가 더 유용한 것을 알았다.하지만 우리 것은 워낙 옛날 감나무라 키가 너무 크다. 아래쪽 감만 따서 모아 두었다. 감을 따다 보니까 옆의 복숭아 과수원에서 이웃분이 약을 치고 있다. 내년 농사의 준비로 복숭아나무 속에 있는 벌레를 미리 죽이는 작업이라 했다. 내년 농사를 가을부터 준비한단 말인가? 농사란 정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간 맞춰, 때 맞춰 해 주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잡초와 해충과 병을 방제하고 필요한 영양을 제 때에 주는 것이 요체인데 과연 내가 흉내나마 낼 수 있을까?아랫집, 잡초로 버려졌던 밭이 오늘 일어나 보니 예쁘게 일구어져 있다. 어제 저녁쯤 관리기로 땅을 뒤집었던 모양이다. 그 밭의 농부는 지금 이 가을 무엇을 심을 생각일까? 형님이 한 말로는 지금 심는 작물로는 마늘이 있다고 했는데... 조용한 하늘에 가끔씩 총소리가 ‘딱’ 하고 울려 퍼진다. 처음엔 인근에 사격 훈련장이 있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작물을 위해서 새를 쫓는 딱총 소리라는 것을 나중에 일았다. 멧돼지가 밤새 밭에 들어와 땅콩을 해쳐 먹었기 때문에 수확이 확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잡초와 해충과 벌레뿐만 아니라 새와 멧돼지나 오소리 등 동물로 인한 피해도 만만히 볼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수확하는 얼굴은 모두가 행복 해보인다.내가 볼 때, 농부는 맨땅에서 금을 캐는 광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뚝딱하면 배추가 생기고 뚝딱하면 땅콩이, 고구마가 생기니 말이다. 감이나 대추 같이 나무에서 열리는 작물은 거의 보너스란 생각이 든다. 나무에서 수확한 큰 대추 한 주먹을 갖다 주신 분들 덕분에 쫄깃쫄깃하고 달콤한 대추가 훌륭한 간식이란 것도 알았으니 말이다. 이런 얘기도 귀촌 주부인 내가 하는 말이지 귀농하는 분들은 좀더 절박하게 경제적인 부분을 따질 것이다. 하지만 농촌은 농업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분들만 사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얼마 있어 그 넓은 공간이 텅텅 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농업과 더불어 농촌을 즐기는 사람이 더욱 많이 와서 살기를 바란다. 농업을 다만 취미로 보는 사람 말이다. 취미니까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그런 생각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이 아름답게 가꾼 농촌을 공짜로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다. 농사를 지어야 농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가도가도 황야라면 농촌에서 사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농업을 생계로 열심히 하는 분들께 감사하며 무궁화 꽃도심고 잔디도 심어 가꾸고 오래된 고택이며 정자도 기름칠하며 아름답게 가꾸는 것으로 보답하려 한다. 넓은 하늘과 태양과 꽃과 바람을 온 몸으로 가까이 느낄수 있는 나의 농촌을 사랑한다. 안녕,내사랑!(201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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