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육신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면 죽음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지만, 육신에 집착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죽음의 공포는 커집니다. 사람은 새 봄을 좋아하고, 새 옷 입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새 옷갈아 입는 순간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옛 옷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10살 아이가 육신에 집착하지 않고 거룩한 마음으로 다른 생명을 위해 내 놓은 것은 마치 이제 새 옷을 입게 되므로 헌 옷을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활용하도록 준 것과 다름없습니다.인생에 집착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 것이든 내 것이 아니든 중요한 것은 집착하지 않고 버릴 줄 아는 그 행위에 있습니다. 버림으로서 얻을 수 있는 안락함을 깨닫기 바랍니다.요즘 결혼한 부부 4쌍 중 1쌍이 이혼할 정도로 이혼율이 높다고 합니다. 물론 이혼했다가 다시 결합하여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혼율만 따져서 생각해 보면 대단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혼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것입니다.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어떤 이유보다도 자존심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고 합니다. 인격적인 모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편의 경우나 아내의 경우나 다 마찬가지 였습니다.아내는 가정과 남편을 위해 잔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바가지가 되고, 결국 남편을 모독하는 소리로 변합니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애정만 식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감정으로 확대됩니다. 아내의 적절한 잔소리가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남편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결코 행복을 지탱할 수 없게 합니다.이와 반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모독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근한 예를 들면 어느 변호사가 아내에게 결혼 지참금을 덜 갖고 왔다는 이유로 괴로움을 준 일이 있습니다. 아내는 결혼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친정과 의논해서 다시 돈을 더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의 마음은 사랑스런 아내, 행복한 가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라는 자리에서 거둘 수 있는 재력을 모으는 데 더 쏠려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 처음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남편으로, 사위로 맞이하게 된다는 생각[욕심]에 막대한 결혼 지참금을 아까워하지 않고 결혼을 했으나, 결혼 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괴로움을 주는 남편을 통해 이 여자는 그만큼 심한 모멸감을 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결국 둘은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깊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것은 부부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관계에 있어서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상처받지 않고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라고 하는 입장, ‘내가 무엇이다’라는 자존심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자존심이 강한 사람들 중에는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을 ‘아만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높이면서 남을 깔보는 경향을 가진 사람은 인간관계가 원만하기도 어렵지만 자기 자신도 이 세상을 편안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나’라고 하는 애착이 크면 클수록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살다가 결국 인생이 덧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은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