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들은 늘 그랬듯 변화와 개혁, 새로운 국정철학을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주 농정의 중심에 놓인 이슈는 다름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여부다. 한쪽에서는 전문성과 연속성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낙하산 인사와 농업 현장과의 괴리를 비판한다.그런데 문제는 인사 그 자체가 아니다. 오늘날 농업·농촌의 구조적 위기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철학과 방향을 가진 농정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것이 진짜 본질이다.한국 농업은 지금 심각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농가인구는 약 256만 명(2015년)에서 200만 명(2024년)으로 22%가량 감소하며, 200만 명 선 붕괴의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38.4%에서 55.8%로 증가해, 농가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이 되었다. 20~39세 청년층은 7만 4천여 명에서 3만 2천여 명으로 51.8% 감소해, 절반 이상이 농촌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이렇듯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공동체 자체가 붕괴되고 있고, 농업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삶의 무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와 글로벌 수급 불안정 속에서 자국 농업의 전략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현실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그동안 농업을 생존이 아닌 ‘생계’의 문제로만 좁혀 바라보았다.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키우기는커녕, 보조금과 단기적 지원으로 연명하게 만드는 정책이 반복되었다. 정책수요자의 다양성은 고려되지 않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정제된 통계와 보고서 뒤로 밀려났다.농업정책의 방향은 이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단지 곡물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식량안보,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청년 일자리 창출, 그리고 균형발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농업을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기회와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농정 리셋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우선 농민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의 주체로 세우는 관점의 전환이 시급하다. 각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지역 주도형 농정체계를 구축하고, 청년과 여성, 고령농 등 계층별 맞춤형 농정 전략이 설계되어야 한다.또한 농촌은 이제 단순한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농업+복지+에너지+관광+환경이 결합된 다기능 공간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하향식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의 실험과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농정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지금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누구를 장관에 앉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이다.새 정부는 이제 농정을 ‘재탕’할 것이 아니라 ‘재설계’해야 한다. 농민이 존중받고,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살아나는 나라. 그 길에 새로운 정부가 진심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7-02 23:19:34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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