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민궁도장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표면 위로 떠올랐다. 수년간 반복되어 온 민원과 행정의 문제 해결 지연 등 책임 있는 대응의 부재는 결국 공공기물 파손이라는 불상사로 이어졌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공공성과 형평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방치된 시설 운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관련된 수많은 당사자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지난달 30일 시민궁도장에서 발생한 유리창 파손 사건은, 한 궁도인이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번번이 부서장을 비롯한 담당자 교체라는 인사이동으로 인해 해결이 지연되며 누적된 분노의 결과물이었다. 폭력으로 보여준 항의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나, 한발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시민 한 사람이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동일한 사안을 호소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정의 복지부동, 소극적 행정 등 고질적인 무책임을 드러내는 단면이다.1997년 준공된 시민궁도장은 누가 뭐라해도 명백한 공공시설이다. 계약해지되긴 했지만 2017년까지 한 궁도단체가 영천시로부터 위수탁 계약을 맺고 실질적으로 독점 운영해 온 것은 분명한 행정의 헛점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단체가 공식 승인 없이 대한궁도협회에 활터를 별도로 등록해 다른 단체나 일반 시민들의 이용을 실질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이다. 궁도는 멋과 기량을 겨루는 무예다. 궁도라는 전통문화와 체육 활동의 저변을 넓혀야 할 공간이 오히려 사유화된 구조 속에 갇힌 셈이다. 이런 상황에 시민궁도장을 두 단체가 함께 사용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민원을 제기한 궁도인들은 시민궁도장을 사유화하고 궁도 저변확대에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관련 규정과 권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더욱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것은, 민원 해결의 마지막 단계마다 어김없이 반복된 담당자와 부서장의 인사이동으로 되돌이표를 찍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민원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저하시켜 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문제해결 직전에 맞닥들인 인사이동은 민원인을 무력감과 격분으로 내몰았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공공질서 훼손으로 이어졌다.행정은 이제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심각함을 깨닫고, 사안을 조속히 마무리하여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궁도장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나아가, 특정 단체의 독점 운영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운영 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제도적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자율적인 해결이 어렵다면 행정대집행을 통한 정리마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반복되는 갈등과 소모적인 대립은 언제나 행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과 실천으로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궁도장 문제는 단순한 체육시설 이용의 갈등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대한 시험대다. 영천시의 슬기로운 문제 해결로 시민궁도장이 지역의 궁도인들간 갈등이 해소되고 우정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