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전후의 폭풍전야와 혼돈의 새벽을 다룬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서문으로 시작됩니다. “최고의 시대에 만난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이어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는 말로 이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3년동안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을 생각해 봅니다. 최고의 시대에 만난 최악의 시절….지난 6.3 대선에 이어 지역사회에 또 다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밑에서 움직이던 시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후보들의 몸짓이 조금씩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지역일꾼’과 ‘민생’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결국 밥그릇 싸움일 것입니다. 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하려는 사람은 많으니 저마다 자기가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상대를 깎아내리는 경쟁입니다.“정치는 원칙의 경쟁으로 위장하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펼 정치인이 있을지, 있다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정치만 그런 게 아니고, 삶의 본질도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느냐, 다른 누군가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둘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삶이 곧 밥그릇 싸움이니 우리는 늘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치인에게만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밥그릇을 챙길 때 소외된 사람들의 밥그릇부터 좀, 함께 챙겨달라는 정도입니다. 봉사니, 일꾼이니 하는 수사적 미명으로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그들에게 바라는 건 단지 그것뿐입니다. 힘없는 백성인 우리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출사표를 던진 사람중 안될 줄 알고 출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관대한 것이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수기(修己)한 사람만이 치국(治國)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주역에서는 자신의 역량과 도덕성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를 꿈꾸거나 너무 큰 일을 도모하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합니다.지역사회 선거에 얼굴을 내민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기치국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현역은 물론 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서 일일이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우려가 많아 않겠지만 일단은 그렇다는 겁니다.선거가 본격화되면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겠지만 지역 정치인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막무가내식 공천장을 향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사생결단으로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국민의힘 영천시장 후보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현재 거론되는 후보 대부분이 성에 안 찬다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쪽 어느 사람도 시장 후보라는 시대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의 슬로건은 지역사회 시대정신에 대한 실질적 응답을 담지 못하고 있으며, 모두 추상적인 수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가오는 영천시장 선거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슬로건이나 이미지 너머에 있는데도 말입니다.지금 지역사회와 지역민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거대 담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떤 시대정신을 읽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지의 대안 제시일 겁니다.1년 예산 1조 몇 천억원의 곳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거짓말하는 후보, 시민과 다투는 후보, 정경유착의 개연성이 있는 후보는 벽보를 부치는 기회부터 박탈해야 합니다. 이것을 지켜야 하는 시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대통령 파면을 반면교사 삼아 ‘최고의 시대에 만난 최악의 시절’을 영천에서는 만들지 말자는 노파심에서 해본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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